"올해 그 녀석에게 가장 많이 기대했는데…".
한화 김응룡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유창식(21)의 피칭을 보고는 반했다. 그럴만도 한 게 유창식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12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75로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지난해 일본 퍼시픽리그 우승팀 니혼햄 파이터스 상대로는 4이닝 노히트노런으로 막기도 했다.
김응룡 감독은 "그때 유창식 공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일본 타자들도 제대로 못 칠 정도였다. 선발투수들 중에서 유창식에게 가장 기대를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유창식은 한국에 들어온 뒤 시범경기부터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고, 시작 개막과 함께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다.

여기에 어깨 부상까지 겹치며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 말소되어야 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유창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꾸준히 2군 퓨처스팀에서 그와 관련한 보고를 받으며 복귀 날짜를 조율했다. 김 감독은 "유창식은 무조건 선발로 써야 한다. 몸 상태만 좋으면 선발로 쓰겠다"고 말했다.
유창식은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2일 마산 NC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볼넷이 없는 피칭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이어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승째이자 마침내 시즌 첫 선발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9월20일 잠실LG전 이후 325일만의 선발승이었다.
유창식은 "올해 팀에 보탬이 안 돼 많이 힘들었다. 늦게라도 1승 1승씩 하고 싶다"며 "그동안 감독님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그만큼 못해서 죄송했다"고 털어놓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이후 그 자리를 메워야 할 유창식에게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었고, 이것이 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비록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군 퓨처스팀에서 투구폼을 교정하며 제구가 향상된 것은 큰 소득이다. 유창식은 "원래 상체가 앞으로 많이 쏠렸는데 뒤에 하체중심을 낮게 잡고 있다. 볼넷을 안 주고 제구를 잡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8월 1군 복귀 후 유창식은 10이닝 동안 볼넷이 단 2개로 9이닝당 볼넷이 1.8개로 확 줄었다.
프로 데뷔 3년차를 맞아 어느 때보다 심한 성장통을 앓은 유창식. 하지만 이제 그의 나이 만 21세로 아직 앞날이 구만리 같다. 김응룡 감독 기대에 보답한 시즌 첫 선발승이 그에게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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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