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37)의 10년 묵은 아시아 한 시즌 최다 56홈런의 기록이 깨질까. 일본프로야구에서 올해 대기록에 도전하는 외국인 타자가 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그 주인공이다.
발렌틴은 지난 11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홈경기에서 7회말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0호 홈런으로 이 부문에서 양대리그 통틀어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센트럴리그에서는 토니 블랑코(DeNA)가 32개로 2위에 랭크돼 있을 뿐 퍼시픽리그 1위 나카타 쇼도 24개에 불과하다.
발렌틴의 홈런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올해 일본야구 3년차 된 발렌틴은 극심한 투고타저에도 2011~2012년 2년 연속 31홈런을 때리며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2011년 140경기에서 31홈런을 쳤고, 2012년에는 106경기에서 31홈런으로 2연패 성공했다. 올해는 85경기에 나와 벌써 40홈런 고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발렌틴은 부상으로 중간에 12경기를 결장했다. 소속팀 야쿠르트가 98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40홈런을 돌파한 발렌틴의 페이스는 1967년 왕정치(요미우리)와 1985년 랜디 바스(한신)가 기록한 97경기만의 40홈런 다음으로 빠른 페이스다. 최종 홈런 숫자는 왕정치가 47개, 바스가 54개였다.
아직 46경기가 더 남아있는 가운데 발렌틴은 산술적으로 약 58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역대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64년 왕정치, 2001년 터피 로즈(긴테쓰),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가 기록한 55개. 발렌틴의 페이스라면 아시아 프로야구 최초로 60홈런에도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페이스일 뿐 아직 난관은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 투수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1985년 54홈런을 기록한 바스를 비롯해 2001년 로즈, 2002년 카브레라 모두 1964년 왕정치를 넘어 신기록에 도전했으나 투수들의 집중견제에 꿈이 좌절됐다. 외국인 타자에게 일본야구의 기록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정면승부를 피해갔다. 노골적인 고의4구를 남발, 왕정치 기록을 보존하는 데에만 힘썼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964년 왕정치 이후 39년째 55홈런의 벽이 깨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003년 삼성 소속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6홈런을 터뜨리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발렌틴이 이승엽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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