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일대종사'가 마침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일대종사'는 12일 오전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비주얼리스트 왕가위의 귀환을 알렸다.
영화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으로 독특하고 감각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왕가위 감독이 무려 6년간 기획하고 3년에 걸쳐 촬영한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 양조위와 당대 최고의 중국 여배우 장쯔이, 장첸 등 화려한 중국 배우들과 우리 배우 송혜교가 가세해 캐스팅 역시 탄탄하다.
이미 제6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이어 2013 중국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올해 1월 중국에서 와이드 릴리즈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 최종 총 2억 7천만 위안(한화 560억원)이라는 흥행 수익을 거둔 왕가위 감독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화려한 이력 때문에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을뿐 아니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양가위 감독 팬들의 기대감도 부푼 상황이다.

베일을 벗은 '일대종사'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가 여전한 매력을 뿜었다. 양가위 감독의 영화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면서도 색감과 움직임이 디테일하게 살아있는 화면들이 스크린을 수놓았다.
'왕가위 스타일'로 분류되는 수려한 영상은 이번에도 '일대종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무협 액션 장면을 거칠고 투박하게 다루기보다 우아하면서도 정교한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공들인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양조위와 장첸의 우중(雨中)액션은 배우들의 동작 하나 하나가 마치 무용인 듯 절제미를 과시하고 쏟아지는 빗물의 한 방울, 한 방울마저 포착해낸 디테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일대종사'가 왕가위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한층 더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인생의 철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 여러 가지 은유적인 대사들을 통해 무림의 질서는 물론 더 나아가 인생의 의미와 깊이를 성찰하게 만드는 매력이 물씬하다. 1930년대 일제의 침략을 받은 중국의 혼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가운데 전설적인 그랜드마스터 엽문(양조위 분)의 우여곡절 인생이 축을 이루고 전쟁같은 국가와 개인의 운명이 펼쳐지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1962년생인 양조위는 군더더기 없는 액션과 절제된 감정 연기로 건재를 과시하고 장쯔이는 복잡다단한 내면의 소용돌이를 섬세한 스킬로 연기해낸다. 작품 전반에 걸쳐 단 6분 가량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조여주는 숨막히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송헤교까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력 역시 '일대종사'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한편 '일대종사'는 엽문이라는 실존한 세계 최고 무인을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무림 고수들의 삶과 사랑, 인생의 철학과 이치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무협의 세계를 그린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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