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예능 프로그램이 소리 없이 치열하게 전쟁 중이다. 특히 장수 프로그램이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이 시간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보다 주요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으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SBS는 아침 8시대와 9시대에 각각 2000년과 2001년부터 첫선을 보인 '도전1000곡'과 '동물농장'을 편성하고 있다. '동물농장'과 '도전1000곡'은 장수 예능프로그램답게 10%대를 넘보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요 아침 예능에서 선두를 꿰차고 있다.
이에 KBS는 일찌감치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고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의 재방송을 배치해 중장년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8년 상반기, '1박2일'의 재방송이 일요일 오전에 편성된 직후에는 전체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선두를 달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1박2일' 재방송은 경쟁 프로그램에 밀려 한 자리대까지 추락한 본방송의 여파로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1박2일'의 전시간대 방송되는 '퀴즈쇼 사총사' 또한 6%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경쟁 프로그램에 뒤지고 있다.
특히 MBC 지난 2005년부터 방송된 '해피타임'과 지난 1월부터 방송된 '블라인드 테스트쇼 180도'가 5%대 언저리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달리자 결국 '블라인드 테스트쇼'의 폐지를 결정했다.
'환상의 짝꿍', '꿀단지', '꽃다발', '사소한 도전 60초' 등의 프로그램을 줄줄이 폐지했던 MBC는 '블라인드 테스트쇼 180도' 마저 폐지된 자리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일밤'의 '진짜 사나이' 재방송을 편성,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맞붙고 있는 '1박2일'과의 재방송 승부로 판을 짰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중장년층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재방송 편성은 시청률만을 위한 꼼수 편성이라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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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