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이 16년 만의 세계무대 진출권을 안고 금의환향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은 지난 1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3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ABC) 3-4위 결정전서 대만을 75-57로 완파, 상위 3개국까지 주어지는 남자농구월드컵 출전 티켓을 얻었다.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한국은 이듬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2014 남자농구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를 노크한다.
높이의 한계를 물 샐 틈 없는 조직력으로 극복하며 찬사를 받았던 '만수' 유재학 감독은 입국 후 기자들과 인터뷰서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농구인들이 기대했던 세계무대 진출을 이루게 돼 굉장히 기쁘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고생을 많이 한 선수들이 대견스럽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만능 가드' 김민구(22, 경희대)라는 최대의 수확을 얻었다. 가드진을 필두로 내세운 경기 운영도 호평을 받았다. 또 장신 숲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인 로테이션 수비도 합격점을 받았다.
유 감독은 "경쟁력이 있는 포지션은 앞선이라 생각했다. 압박 수비가 잘됐고, 예상 외로 김민구가 대범하게 잘 해줬던 게 가드진 운용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로테이션 수비는 한국 농구의 약점인 센터진을 커버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어느 감독이나 생각할 수 있는 전술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아쉬운 마음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남는다. 이긴 경기에서는 압박 수비가 다 통했다"는 유 감독은 "필리핀전도 압박 수비를 승부수로 걸었는데 마지막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는 등 대회 내내 맹활약을 펼친 김민구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에서 고비 때마다 진가를 발휘했다. 어린 선수가 '어떻게 저런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감탄을 했다"는 유 감독은 "가진 기량은 좋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려면 몸싸움과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고 냉철한 조언도 건넸다.
대만전에 대한 부담감도 밝혔다. 유 감독은 "한국 팬들의 성원이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 대만전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프로 감독 생활을 오래했지만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보다 하루가 더 길었다. 굉장한 압박이 있었다. 벤치에 서 있는데 다리에 힘이 없을 정도로 압박이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 감독은 이듬해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과 스페인월드컵에 대해서는 "내 할 일은 오늘로 일단 끝났다. 거기에 대한 부분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웃음)"면서 묘한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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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