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 강하고 이전보다 더 꾸준해졌다.”
지난 2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커쇼가 이전보다 더 발전한 부분이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러면서 매팅리 감독은 “내 기억으로는 커쇼가 올 시즌 5실점 이상을 한 경기는 샌디에이고전 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커쇼는 잘하는 게 당연하니까, 오히려 부진했던 경기가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매팅리 감독의 말처럼, 올 시즌 커쇼가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경기는 4월 18일 샌디에이고전 5⅓이닝 5실점이다. 이 경기를 제외하면 커쇼는 단 한 차례도 5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다. 그러면서 리그 전체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1.88), 피안타율(1할8푼4리), WHIP(0.87)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 3.4점의 득점 지원으로 11승 7패에 그치고 있지만, 다승을 제외한 거의 전 부문에서 커쇼는 정상권에 자리 중이다.

결국 타선이 조금만 커쇼를 도와주면, 다저스는 승리가 보장된다. 실제로 커쇼는 타선이 2점 이상을 뽑은 경기에서 통산 66승 12패, 4점 이상을 뽑은 경기에선 49승 무패를 달리고 있다.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투구를 하기 때문에 타선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다저스는 쉽게 승리 방정식을 세운다.
물론 선발투수 입장에선 타선 지원이 빈약한 게 불만이 될 수 있다. 선발승 문제를 떠나 점수 차에 따라 경기 흐름이 달라지므로 타선이 침묵하면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더 긴장해야만 한다. 하지만 커쇼는 득점지원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할 부분이라 말한다.
커쇼는 지난 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6이닝 2실점에도 패전 투수가 된 후 “마운드에서 우리 팀 타자들에게 더 신뢰를 줬어야 했다.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이 내 슬라이더를 강하게 잘 쳤다”고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당시 연정 연승 기록이 15연승에 그친 것을 두고 “내가 선발 등판했을 때 연승이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자신의 패배보다 팀이 진 것에 아쉬워하며 각오를 다졌다.
12일 탬파베이전에서 커쇼는 2회말 자신이 직접 결승타를 치면서 타선에 불을 붙였고 타선은 꾸준히 점수를 뽑아주며 커쇼의 활약에 응답, 14안타 8점을 뽑았다. 그러면서 커쇼는 8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선발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커쇼가 공격을 이끌었다”고 웃으며 올 시즌 커쇼가 유난히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커쇼는 그럴수록 자신에게 냉정해지는 투수다. 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더 집중한다”고 경쟁심이 커쇼의 끝없는 진화를 이끌어낸다고 밝혔다. 커쇼 또한 득점지원을 두고 “괜찮다. 4점 정도면 충분하다. 타선이 4점을 뽑으면 투수가 팀을 이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커쇼는 거의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다. 통산 첫 1점대 평균자책점, 피안타율도 처음으로 1할대를 기록 중이다. WHIP 역시 0.87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2011시즌의 0.98보다 낮다. 현재 그렉 매덕스(1993년부터 1995년), 샌디 쿠팩스(1962년부터 1965년)처럼 3년 연속 평균자책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산 평균자책자점 2.64로 샌디 쿠팩스의 2.76을 이미 넘어 다저스 구단 최고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25살의 나이에 이미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커쇼가 얼마나 더 진화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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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