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벌써 40홈런 타자들이 등장했다. 시즌을 마치면 50홈런 이상이 기록할 게 유력하다. 반면 한국프로야구는 아직도 20홈런대 초반으로 30홈런 언저리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거포 부재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13일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가 42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데이비스는 산술적으로 데이비스는 올해 약 58개의 홈런이 가능한 페이스. 2001년 배리 본즈(73개) 이후 12년 만에 60홈런에 도전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부문 2위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도 36개의 홈런으로 추격 중이라 더욱 흥미롭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40홈런 타자가 탄생했다. 지난 2년간 퍼시픽리그 홈런왕 2연패를 달성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그 주인공으로 98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40홈런을 쳤다. 1964년 왕정치, 1985년 랜디 바스의 97경기 다음으로 빠른 40홈런 페이스. 산술적으로 약 58개의 홈런이 가능해 일본프로야구 55홈런을 넘어 한국의 이승엽이 세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56개에 도전한다.

미국과 일본에 반해 한국프로야구의 홈런 경쟁은 다소 심심하다. 최형우(삼성)와 박병호(넥센)가 나란히 22개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인데 산술적으로 시즌을 마치면 최형우가 약 32개, 박병호가 약 31개가 가능한 페이스. 최정(SK)이 21개로 이 부문 3위 올라있지만 그 역시도 산술적으로 약 31개가 가능한 정도다.
각 리그마다 경기수가 다르지기에 절대적인 숫자로는 비교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홈런 1위들의 경기당 평균 홈런 숫자로 비교해도 미국 데이비스 0.36개, 일본 발렌틴 0.47개, 한국 최형우-박병호 0.25개로 차이가 크다. 타석당 홈런도 데이비스 11.52타석, 발렌틴 9.08타석, 최형우 18.00타석, 박병호 17.86타석으로 격차가 난다.
비단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성기 이승엽(삼성)이 2003년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후 한국프로야구는 줄곧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사이에 40홈런 타자는 2010년 이대호(44개)가 유일했다. 나머지 8시즌 홈런왕의 평균 홈런 개수는 약 31.8개로 기록적인 숫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장의 야구인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가 바로 거포 부재 현상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일본의 야구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마쓰이 히데키 이후 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문제다. 이승엽과 이대호 다음으로 홈런 타자가 안 나온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홈런 타자가 없다는 건 야구 인기와 흥행에도 미치는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선호로 외국인 타자가 사라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아마야구부터 거포가 제대로 길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의 한 코치는 "언제부터인턴가 우투좌타가 너무 많아졌다. 아마야구에서 승리만을 목적으로 잔야구를 추구하다 보니 출루에 유리한 좌타자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거포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무 배트를 쓰고 있는 고교야구가 예전처럼 다시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 고교 선수들은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혀야 장타가 나오는 나무 배트로는 갖다 맞히는 타격밖에 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교야구부터 뿌리 깊어진 투고타저와 스몰볼 현상이 프로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고교 선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 한국은 2004년 4월부터 국제야구연맹에서 나무배트만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이후 세대에서 40홈런 타자가 전무한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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