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의 여신’ 박건형, 순정남의 예상치 못한 박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13 08: 30

배우 박건형이 넘치는 박력으로 여심을 휘어감았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서현진을 향한 순애보를 보였던 그가 아버지 전광렬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사랑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안방극장 공습이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박건형이 연기하는 이육도는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이강천(전광렬 분)은 딱 봐도 야망으로 인해 절친했던 벗도 죽일 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아들인 육도는 성공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인간적인 도리는 알고 있다.
때로는 유정(문근영 분)의 편에 섰다가, 때로는 그의 위험을 어쩔 수 없이 눈감기도 한다. 유정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보지만, 천재를 볼 줄 아는 안목 때문에 그를 질투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 박건형이 연기하는 이육도는 보는 맛이 있는 다변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아버지 강천의 기세에 눌려 짝사랑의 시작도 못했던 인물이 확 돌변한 장면만 봐도 그렇다.

그는 지난 12일 방송된 13회에서 강천이 심화령(서현진 분)을 상단에서 내쫓았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강천은 육도가 화령을 사랑하게 되자 수차례 경고한데 이어 화령이 그토록 성공하고 싶어하는 상단에서 쫓아냈다. 이를 알게 된 육도는 처음으로 강천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 강천의 꿈대로 사기장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자기를 배워오던 그였지만 사랑 앞에서 강천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넘치는 박력을 표현했다. 육도는 아버지에게 자기 빚는 일로 인정을 받으면 화령과의 사랑을 이해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줄곧 아버지 강천의 기세에 눌려있던 육도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화령을 지키고자 좀 더 자기 빚는 일에 정진해 인정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때론 심약하게 그려졌던 육도의 모습과 180도 달랐다. 박건형은 이 과정에서 선배 전광렬의 넘치는 카리스마에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아버지 강천에게 기죽지 않고 사랑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육도의 선전포고는 박건형의 뛰어난 연기력과 결합해 빛나는 장면이 됐다. 무엇보다도 믿고 존경했던 아버지 강천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은 분노를 넘어 눈물을 머금은 눈빛으로 담겼다. 그야말로 섬세한 연기력이 담긴 장면이었던 것.
박건형은 이 드라마에서 육도라는 인물을 통해 가장 복잡한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다른 인물과 달리 선과 악의 애매한 경계선을 오가느라 쉽지 않은 내면 연기를 표현하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연기하는 육도는 유정의 천재적인 기질을 높이 사고 적극적으로 돕다가도 자신의 목숨이나 입지적으로 위기가 닥쳐오면 결정적으로 유정을 내칠 수도 있는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지는 않았지만, 13회에서 유정의 천재성에 굴복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향후 악으로 돌변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경계선을 넘어 악으로 향하는 순간을 보는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현재 배우 박건형이 완벽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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