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누구한테 감정이입 해야 하는거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8.13 08: 27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이 드라마 '추격자'를 만든 스태프들이 다시 뭉쳐 제작한 작품으로, 흔치 않은 탄탄한 대본이란 평가를 얻고 있음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안에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해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드라마는 크게 주인공 세 명이 큰 축을 이루며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성진그룹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최민재(손현주 분)와 최서윤(이요원 분), 그리고 재벌가를 상대로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장태주(고수 분)가 그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착한 줄 알았던 주인공이 알고보니 날카로운 검은 발톱을 숨기고 있었으며, 악당으로 보이던 사람의 속사정은 인간적으로 안쓰럽기 그지없다. 혹자는 선악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진 드라마도 문제이지만, 이처럼 성격이 모호한 다중 주인공이 등장, 시청자들이 누구한테 감정이입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태주는 자신를 사랑하는 순애보 여인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 데까지 갔다. 지난 12일 방송에서 장태주는 윤설희(장신영 분)의 몸 로비 모습을 보고 분노감에 살인 누명을 씌우는 모습이 등장한 것. 설희는 태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태주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설희에게 키스하며 "알아서 해라. 날 신고하든지 아니면 자수를 하든지"라고 말하는 태주에게서는 악마 같은 오싹함이 묻어났다.
'이요원, 연기할 맛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여성 캐릭터인 최서윤은 친오빠와 언니를 물리치고 성진그룹을 장악한 여장부다. 오빠와 이혼을 하려는 올케를 앞에 두고 착한 표정으로 그녀의 과거를 갖고 협박하는 모습은 뼈 속까지 차가워보인다. 그룹을 지키기 위해 장태주에게 청혼, 정약 결혼도 서슴치 않는 그녀다. 
하지만 동생을 대할 때 느껴지는 따뜻함에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고 의지하고 믿었던 모친 한정희(김미숙 분)가 배신자임을 확신하는 순간 슬픔에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혼자서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여자'란 캐릭터는 마냥 한 없이 착할 수도, 그렇다고 못된 악녀일 수도 없는 것이다.
손현주가 분한 최민재는 극 초반부처 가장 악역과 선인을 오가며 호기심을 자아낸 인물이다. 야망 때문에 부친을 외면하고 아픈 아내를 버릴 정도로 냉혈한이지만, 결국 재혼 당일 사망한 아내를 생각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짙은 동정심을 자아냈다.
성공을 위해 배신과 결탁을 계속하는 그는 12일 방송에서 장태주에게 다시 총구를 겨누며 그를 압박했다. 이날 방송에서 최민재는 장태주로부터 10억 달러를 약속받은 후, 그의 횡령자료를 검찰에 흘리며 반격을 가한 것. '멘붕'의 상황에 놓인 민재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한 채 "몇 년 같이 일해서 그런가, 나도 태주 너처럼 참을성이 없어져.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다"는 말을 남긴 채 돌아서는 최민재는 도저히 마음 놓고 시청자들이 사랑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이 외에도 이 드라마는 인자한 어머니가 알고보니 복수의 화신이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착한 동생은 언제 돌변할 지 모른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드라마다. 하지만 그래서 감정 이입할 사람을 강요(?) 당하지 않고 보는 이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뒤집어보면 이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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