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정경호와 사랑, 더 지독하게 그려지길 바랐다”[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8.13 11: 22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다.
배우 남규리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지난 몇 개월 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작품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와 그 속에 함께 출연한 선후배 동료 배우들, 자신의 캐릭터 수민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을 풀어 놓았다. ‘무정도시’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개연성이 없어 보였던 멜로라인으로 인해 따끔한 비판도 많이 들었던 터. 멜로라인의 가장 중심에 서 있던 남규리는 방송 내내 품고 있었던 고민을 전했다.
“제 스스로는 제가 누구보다 수민이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어요. 많은 배우 분들이 계시지만 시나리오의 초고도 제일 먼저 봤고, 수정본도 아마 가장 많이 봤을 거예요.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제가 처음부터 함께 잡아왔던 캐릭터인데 보이는 부분, 편집이나 여러 사정에 의해서 수민이의 행동 같은 것들에 공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 그렇게 보였던 부분이 아쉽기도 하고 그것 또한 내가 했기에 좀 더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하고 수민이가 보이는 부분에 대해 노력을 했음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아는 수민이를 좀 더 연구를 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솔직히 후회를 했어요. 수민이가 어떤 애인지 우리만 알고 있었어요”

남규리는 이번 드라마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언더커버 경찰이 돼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된 여자 수민 역을 맡았다. 연기자로서는 짧은 경력이지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열정 때문에 다른 작품들 보다 더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함께 출연하는 선배들 보다 스스로 부족함이 많을 것을 알기에 매일 부담감 속에서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연기연습에만 매달렸을 정도.
 
“정말 잠도 못자고 밥을 먹을 때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게 지냈던 건 사실이에요. 보이기 위해 한 건 아니었고, 그냥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공든 탑이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믿어요. 사람의 진심이란 건 계속해서 내가 드러내려 노력하면 그걸 받는 상대방도 느끼게 되는 거니까요. 교감하고 싶었어요. 연기의 스킬이나 경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진심만은 전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이런 노력은 함께 했던 제작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듯 했다. 남규리는 수민 역을 맡았을 때 가장 많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유성열 작가가 이제는 “수민이를 많이 사랑하게 됐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며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사랑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처음에 저를 제일 반대하셨대요. 선생님이 4년의 세월 동안 마음에 두고 써왔던 수민이가 남규리는 아니었던거죠. 아마 선생님이 생각하셨던 수민이는 예쁘장하고 여린 이미지 보다는 강단 있고, 거친 이미지가 더 강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을 찍고 있는 중에 작가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수민이를 되게 사랑하게 됐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작가 선생님이랑 유대관계가 참 많이 돈독해졌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전화해서 여쭤보고, 조언도 많이 들었고요”
‘무정도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강한 느와르 장르의 작품이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즐길 줄 아는 제작진과 배우들 덕분에 유쾌할 때가 많았다. 
“진숙 언니(김유미 분)가 저를 차에 태우고 옷을 사주러 가는 신이 있었어요. 그 때 바쁜 일정 때문에 조명도 없이 카메라 하나만으로 촬영을 했어야했죠. 제가 연기를 하는 차례였는데 정말 신나는 포크송이 들렸어요. 저쪽을 보니 진숙언니랑 감독님이 춤을 추고 계기는거예요. 두 분이 춤을 너무 귀엽게 추시더라고요. 진숙이 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빵 터지고 말았어요. 촬영을 그렇게 재밌게 하면 연기에도 여유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숙 역을 맡은 배우 김유미와는 드라마 속 의리가 넘치는 관계 못지않게 실제로도 친하게 지냈다. 친언니로 삼고 싶었을 정도로 맞는 게 많았다고. 실제와 드라마 속 상황이 섞여버린 건지 평소에도 김유미를 볼 때마다 마음에서부터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왔고, 함께하는 촬영이 끝난 후에는 헤어지는 게 아쉬워 펑펑 울었단다.
“진숙 언니는 정말 제 친언니 하고 싶을 정도 너무 잘 맞는 게 많았어요. 언니도 귀여운 허당 느낌이 있는데 저도 허당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언니랑 아직 많이 친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심각한 신을 찍고 난 뒤에 언니가 앉아있는 차 안에 들어갔는데 새우깡을 먹고 있는 거예요. 그러더니 저보고 너무 귀엽게 ‘새우깡 좀 먹어’라고 하면서 과자를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바로 ‘네 언니’라면서 새우깡을 맛있게 먹었죠. 그랬더니 언니가 ‘너도 웃긴다, 얘’라고 하면서 웃었어요. 그 때를 계기로 친해졌던 것 같아요. 언닌 정말 진숙 언니 같아요. 드라마가 끝으로 가면 갈수록 감정이 더해졌는지 언니만 보면 그렇게 울었어요. 그만큼 언니를 좋아했고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오죽하면 언니한테 ‘언니랑 멜로해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니까요”
연인으로 함께 호흡했던 정경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드라마 속 멜로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호흡만큼은 좋았다. 또 남규리에게 정경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일 뿐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왜 그냥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경호 오빠는 ‘그대 웃어요’를 보고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겪어봐도 역시 그런 분이었어요. 그래서 오빠가 캐스팅 됐을 때 되게 좋아했어요. 아쉬운 건 우리의 사랑이 조금 더 지독하게 그려졌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 점이에요. 드라마 속 사건이 많아서 멜로 중심적으로 가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멜로라는 장르 자체가 상황적인 면보다는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런 디테일 전하기에 시간에 너무 쫓겼던 것 같아요”
 
인형 같은 외모의 남규리는 이번 역할을 위해 다른 여배우들은 보통 하지 않을 노력까지 했다. 역할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원래 붉은 기가 많은 입술 색을 죽이려 컨실러를 달고 살았다. 머리는 더 헝클어뜨렸고, 눈가에는 다크 서클을 만들었다. 어쩌면 외모부터 감정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지금의 마음은 어떨까?
“슬퍼요. 당연히 안 슬플 줄 알았어요. 후련할 거라 생각했어요. 마지막회를  보기 직전까지 감정이 동요될 조짐이 안 보였어요. 너무 잘 끝내서 다행이다 정도였죠.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까 마음이 이상해요. 같이 울었어요. 제가 우는 장면에서도 울고, 언니가 울 때도 울고, 박사 아들이 울 때도 울고 현수가 울 때도 울었어요. 울컥 하더라고요. 혼자 식구들 없이 봤는데 어제 마침 예방 접종을 한 게 아니었다면 맥주를 한 잔 했을 거예요. 맥주도 한 잔 못하고 밤새 잠을 못자다 1시간 자고 이렇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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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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