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슈팀] 꼭 웃으라고 한 얘기도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무겁게 한 얘기도 아닐 터다. 그런데 그가 말을 하면 웃음이 터져 나왔고, 격렬한 웃음 뒤에는 진한 페이소스가 밀려왔다.
‘대세 조연 배우’ 김광규가 12일 밤 방송 된 SBS TV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보여준 인생 스토리는 하나하나 가슴을 에지 않는 것이 없었다. 웃으라고 한 얘기에도, 그냥 의도 없이 하는 얘기에도 킥킥거렸고 실컷 웃고 난 뒤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육성회비를 달라고 하면 없으니 그냥 가라고 집에서 맞고, 안 갖고 왔다고 학교에서 또 맞았다”는 김광규의 말에 연민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 왔다. 가난에 찌들었던 시절, 남들처럼 돈이 없었던 현실에 연민을 느꼈고 돈이 없다는 어린 학생에게 매를 들이대는 폭력적인 학교 선생들에게 분노했다.

‘돈이 원수’가 된 김광규의 러브 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김광규는 10년 전 결혼할 뻔한 여자가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결국 헤어졌다”는 비애를 남 얘기하듯이 했다. MC들도 시청자들도 김광규의 코믹한 말투에 배꼽을 잡으면서도 또 다시 가슴은 미어졌다.
“그때 나도 가난했고 그 분도 가난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가 ‘너희 아빠가 30만원만 벌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늘 말하셨는데 그 여자분도 나한테 똑같은 소리를 하더라. ‘오빠가 300만 원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라고 하더라.”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모두가 결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이 한 이유가 돼 결혼을 못한 진짜 이유는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때 내가 ‘저기 보이는 63빌딩도 내가 사줄 수 있어’라며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안되더라. 그 여자분이 지쳤는지 결국 헤어졌다”고 그는 스스로를 진단했다.
김광규가 주는 페이소스의 근원은 가난도 가난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여린’ 마음이었다.
아들에게 “나를 원망하라”고 말하는 어머니 영상을 보고 굵은 눈물을 흘리는 김광규는 가난했던 시절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피에로다. 착하고 여린 마음은 그 기막힌 가난 조차도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피에로의 슬픈 미소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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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