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입 "5년만에 힙합..피는 못 속이겠더라고요"[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3.08.13 16: 34

'라임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데뷔 10년차 힙합 가수 피타입이 돌아왔다. 5년 만에 3집 정규 앨범을 발매한 그의 묵직하고 감각적인 랩 스타일이 귀를 감는다.
피타입은 지난달 29일 국내 잘 나가는 힙합 가수를 비롯해 떠오르는 신예 힙합 가수들과 함께 작업한 정규 3집 앨범을 발매했다. 전형적인 힙합 비트에 정확히 전달되는 가사, 자신의 귀환을 알리는 듯한 힘 있는 목소리는 단번에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비트를 요리하는 듯한 피타입의 이같은 정규 앨범은 무려 5년 만에 발매됐다. 1집, 2집, 3집이 4,5년의 공백을 두고 발매된 것이 이례적이었다. 피타입은 이같은 앨범 발매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쏟아지는 비를 뚫고 OSEN을 찾은 피타입은 10년차 가수지만 신인같은 모습으로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정규 앨범을 5년 만에 발매하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2008년에 정규 2집을 발매하고 5년간 광고회사에 다녔어요. 지금이야 힙합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제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힙합 불모지였거든요. 휘성과 같이 1집을 해서 인지도를 얻었지만 그 당시 힙합의 인지도는 지금의 만분의 1도 안돼요. 굉장히 힘들었죠. 수익이 거의 없었어요."
수익이 전무했던 피타입은 유명 엔터테인먼트에서 레슨을 하며 살아갔단다. 그러던 와중에 정규 2집을 발매했지만 수입은 나아지지 않았다. 중소기업 연봉의 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피타입의 나이 29. 서른을 앞둔 피타입은 현실을 직시했다.
"29살 겨울이었어요. 철 지나면 정말 서른인데, 이대로 서른을 맞이해도 될까라는 두려움이 앞섰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온전한 구성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목숨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팔리는 음악을 만들자니 자존심이 걸렸죠. 그래서 광고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그 후 그나마 살만해졌죠. 그러던 중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 가끔은 내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내 재능이 가장 돋보이는 것을 다시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나 동료가 그립기도 했고요.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했죠. 입사 4년 만에요."
힙합을 다시 시작하게 된 피타입은 버벌진트, 스윙스, 산이 등이 소속된 브랜뉴 뮤직에 몸을 담았다. 라이머 대표와는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라이머 대표님이랑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1집 때부터니까 거의 10년이 됐네요. 제가 힙합을 그만두고 광고회사에 다닐 당시 라이머 대표님이 '재능 있는 애가 왜 다른 일을 하고 있느냐'는 말을 가끔 했어요.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죠."
5년 만에 낸 앨범인 만큼 피타입의 앨범은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수록곡 역시 허투루 들을 곡이 없었다. 덕분에 검색창에 피타입을 치면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수록곡이 연관 검색어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피타입의 앨범에는 선우정아, 손수경, 진보, 범키, 도끼, 빈지노, MC 메타, 알리 등 유명 가수들이 참여했다.
 
"보컬리스트랑은 콜라보가 많았었는데 랩으로 콜라보를 하는 것은 극히 없었어요. 1집 때 MC메타와 작업한 한 트랙이 전부였는데, 3집 때 파격이라고 할 정도로 후배들이랑 많이 했죠. 리듬과 랩의 분위기 등 정말 만족스러워요. 후배들이 정말 훌륭하게 성장했더라고요. 옛날에 제 공연에서 손을 흔들던 친구들이 중심에서 잘 해내고 있으니까요."
피타입의 정규 4집 앨범은 또 5년 뒤일까. 그의 대답은 'NO'였다. 그간 하지 못했던 힙합의 한을 담아 많은 앨범을 낼 작정이란다. 힙합 팬들의 기대에 찬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광고회사를 다니는게 더 편한 길이었을 수 있죠.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힙합! 이제 적극적으로 해봐야죠. 재고의 가치가 없어요. 될 때까지 해야죠. 놀다 왔으니 첫 앨범부터 한 방을 바라지는 않아요. 0점에 다시 서 있는 기분이에요. 참신한 아이템으로 꾸준히 플러스 요인들을 만들어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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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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