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번 50-50이나 해 볼까."
롯데 자이언츠 특급 해결사 박준서(32)는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 50-50이란 50홈런-50도루가 아니라 50안타-50타점이다. 당연히 기록 달성의 난이도는 50홈런-50도루쪽이 훨씬 높다. 한미일 통틀어도 50-50클럽 가입자는 아직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근접했던 인물이 1996년 배리 본즈로 42홈런-46도루를 기록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40-40클럽 가입자는 단 4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에 비한다면 50안타-50타점은 달성하기 쉬워 보인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기록, 안타 하나당 타점 1개를 기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삼성)이 2003년 144안타 144타점을 기록한 게 규정타석을 기록한 타자 가운데 유일한 기록일 정도다.

50안타-50타점을 향해 묵묵히 달려가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박준서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롯데 내야진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박준서는 올 시즌 특급 조커맨을 활약 중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는 힘들지만 대타로 나서면 가장 무서운 선수가 바로 박준서, 시즌 성적은 타율 2할7푼9리 1홈런 26타점으로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세부성적은 그렇지 않다.
올 시즌 주로 대타로 출전하고 있는 박준서는 대타 타율 3할6푼4리로 김시진 감독이 경기 막판까지 숨겨놓는 비장의 한 수다. 더욱 놀라운 건 득점권 타율, 올 시즌 박준서는 득점권에서 타율 4할8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5할 아래로 떨어지면 금세 다시 5할을 맞춰놓는다. 주자가 2루에 나가면 두 번 가운데 한 번은 타점을 올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높다보니 타점도 그에 맞춰 따라오고 있다. 올해 박준서가 기록한 안타는 24개, 타점은 26타점으로 오히려 안타보다 타점이 많다. 2005년 이후 20타점 이상 기록한 선수 가운데 안타보다 타점이 많았던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2009년 이재주(전 KIA)가 21안타 21타점, 2010년 유재웅(전 두산)이 25안타 25타점을 기록했었을 뿐이다.
재미있는 건 박준서의 올 시즌 홈런은 단 1개. 타점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홈런임을 감안하면 그의 타점본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이재주의 홈런은 4개, 2010년 유재웅의 홈런은 7개를 기록했었다.
올해 첫 홈런도 극적인 순간 나왔다.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전에서 박준서는 0-2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홍상삼을 상대로 초구를 공략, 동점 투런을 터트렸다. 비록 팀이 8회 결승점을 헌납하며 패배, 빛이 바랬지만 작년 준 플레이오프 1차전 잠실에서 홍상삼을 상대로 8회 동점 투런을 터트렸던 걸 다시 한 번 재현했다.
작년까지 스위치히터였던 박준서는 올 시즌 좌타자에 전념하고 있다. 주로 우투수나 언더핸드 투수 등판 시 대타로 등장해 기용 폭은 작년보다 좁아졌지만 해결사 본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올 시즌 박준서의 결승타는 5번으로 공동 18위에 올라 있는데 경기 출전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박준서는 57경기에 출전해 5번 결승타를 기록, 11경기에 한 번꼴로 팀 승리를 결정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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