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촛불 하나를 간신히 지켰던 SK가 노래가사처럼 그 불빛으로 또 다른 촛불을 찾고 있다. 점차 주위가 환해지는 기분이 완연하다. 막판 스퍼트가 가능할지도 관심거리다.
SK는 13일 문학 KIA전에서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9-2로 완승했다. 선발 김광현이 6이닝 2실점으로 자기 몫을 했고 야수들은 찾아온 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리며 KIA 마운드를 공략했다. 이로써 5연승을 기록한 SK는 지난 5월 30일 문학 삼성전에서 패해 7위로 떨어진 지 75일 만에 지긋지긋한 ‘7’과 작별을 고했다. 5연승은 팀 시즌 최다 연승이기도 하다.
5연승도 5연승이지만 뜯어보면 의미가 더 크다. 일단 어려운 일정을 잘 넘겨가고 있다. SK는 지난 8일과 9일 목동에서 4위 넥센과 2경기를 치러 1승1무를 기록했다. 10일과 11일에는 문학에서 5위 롯데를 상대로 2연승을 내달렸다. 그리고 13일 경기에서는 6위 KIA에 승리함에 따라 추월에 성공했다.

내심 이 6연전에서 ‘4승 이상’이면 성공적이라고 봤던 SK로서는 14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14일 경기에서는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 세든이 선발 등판한다. 6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15일과 16일 휴식을 취하는 SK이기에 14일 경기까지 잡을 경우 꺼져가던 불씨는 다시 타오를 수 있다.
투·타의 조화도 긍정적이다. 우선 마운드가 든든하게 버텼다. 5연승 기간 중 SK의 평균자책점은 1.74에 불과하다. 지기가 더 어려운 수치다. 이 중 네 차례가 선발승이었고 선발 투수들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힘을 내고 있다. 불펜도 확 달라졌다. 후반기 면모만 놓고 보면 다른 팀이 부럽지 않다. 2할6푼1리의 팀 타율은 조금 아쉽지만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활발한 장타 생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매 경기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7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공략이 어려워보였던 이브랜드를 상대로 이재원이 팀의 첫 안타를 2점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8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김상현이 3타점으로 맹활약했고 10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윤희상이 7이닝 무실점 역투가 지친 불펜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완벽하게 치료했다. 11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한동민이 끝내기 홈런을 쳤고 13일 문학 KIA전에서는 김강민이 4타점 경기를 펼치며 맹활약했다.
선수들의 투지도 불타오른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는 자부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실 SK 선수들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는 없다”라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김광현은 13일 경기 후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올 시즌 들어 분위기도 가장 좋다. 팬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선수단의 각오를 대변했다. 누구보다 가을의 느낌을 잘 아는 SK가 4강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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