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지난 13일 청주구장. 한화와 원정경기를 앞둔 NC 덕아웃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됐다. 높이가 매우 낮은 덕아웃 천장 및 기둥 모서리에 머리가 찧을 뻔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NC 김경문 감독은 구단 직원을 통해 수건을 천장 모서리에 반창고로 붙였다. 흰색 반창고가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모든 이들의 눈에 잘 띄어 주의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한화 제2의 홈구장 청주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약 42억원 투자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했다. 낙후된 시설과 배수 문제로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는 구장에 인조잔디를 새롭게 깔고, 배수로를 만들어 물이 잘 빠지게끔 했다. 이밖에 관중석을 7500석에서 1만500석으로 늘였고, 팬들의 편의와 성향에 맞춰 익사이팅존과 바베큐존을 신설했다.

선수들을 위해서도 노력한 흔적이 많다. 기존의 덕아웃 내 감독실을 클럽하우스 옆쪽으로 옮기는 대신 덕아웃의 공간을 크게 넓혔다. 외야 펜스의 충격 흡수 안전도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높여놓았다. 게다가 투수들의 불펜은 내야에 지하 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활용폭을 넓혔다. 여기까지는 전혀 흠잡을 데 없는 리모델링이다.
그러나 의외로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편함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선수들의 덕아웃 의자. 관중석의 팔걸이 등받이 의자가 덕아웃에 촘촘히 일렬로 늘여져 있다. 덩치 큰 선수들이 앉기는 불편하다. 실효성이 없다. 게다가 의자만 줄줄이 늘여놓는 바람에 수시로 덕아웃을 넘나드는 선수들의 통행로가 막혀있었다. 의자를 밟고 넘어서는 선수들이 무게에 기울여져 발을 접질린 뻔하기도 했다.
홈팀 덕아웃에 비해 원정 덕아웃은 훨씬 위험했다. 일단 천장의 높이가 낮았다. 머리를 숙이지 않고 한 눈을 팔다가는 그대로 머리를 찧을 수 있다. 만에 하나 모서리에 머리 또는 눈을 부딪칠 경우 위험천만한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장정의 선수들이 발걸음을 내딛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덕아웃은 위험지대 자체였다.
공간은 넓어졌지만 공간의 활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 선수는 "덕아웃을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된 게 통행로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행여라도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머리를 다칠까봐 구단 직원을 통해 천장 높이를 눈에 띄게 나타낼 수 있는 흰색 반창고를 곳곳에 붙여놓는 임시방편을 썼다.
한 관계자는 "청주구장이 리모델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세심한 곳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지금 이 상태로는 그 어느 팀에서도 청주구장 경기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문 감독도 "누구 하나가 다쳐야 바뀌는가"라며 씁쓸해 했다.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위험지대가 곳곳에 남아있는 청주구장 덕아웃. 언제까지 이대로 둬서는 안 될 것이다. 거액의 비용을 들인 만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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