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타석' 손민한, NC 벤치 절대 믿음의 증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14 06: 22

NC 최고참 투수 손민한(38)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의 결과는 삼진이었다. 
손민한은 지난 13일 청주 한화전에서 3-1로 리드한 8회말 1사 2루에서 임창민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으며 구원등판했다. 첫 타자 김태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 동점주자까지 출루시켰으나 송광민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솎아내며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백미는 9회초였다. 1사 후 8번 타순. NC 타석에는 투수 손민한이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손민한은 연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한화 투수 김혁민에게 4구 만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윙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한 채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NC는 8회말 수비에서 지명타자 이상호를 2루수로 돌리며 투수가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갔다. 3-1 리드 상황으로 2점차였지만, 9회말 한화의 공격이 한 차례 남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NC로서는 조금 더 달아날 필요가 있었다. 손민한 타석 때 NC에는 내야수 이현곤과 외야수 김성욱이 남아있었다. 
추가 득점을 내기 위해서라면 전문타자 이현곤과 김성욱을 대타로 기용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NC 김경문 감독은 타자 손민한을 그대로 타석에 내세웠다. 결과는 삼진이었고, NC의 추가 득점은 없었다. 비록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손민한은 9회말 2점차 리드에서 삼자범퇴로 막고 경기를 깔끔하게 매조지는데 성공했다. 
김경문 감독이 타자 손민한으로 밀어붙인 것은 2점차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무리 이민호를 비롯해 다른투수들이 남아있었다. 지난 주말부터 3일간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에 다른 투수들을 투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손민한이었다. 그는 1⅔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 세이브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손민한은 올해 13경기 4승2패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첫 6경기를 선발로 나와 3승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불펜이 불안한 팀 사정을 감안해서 스스로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만 38세 베테랑 투수에게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기대하는 불펜은 그야말로 가시밭길 같았다. 
하지만 손민한은 어려울 때 자신을 걷어준 팀을 위해 백의종군했다. 구원으로 나온 7경기에서 1승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0.90으로 더욱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피안타율은 9푼7리에 불과하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첫 경험한 '타자' 손민한은 그에 대한 NC 벤치의 절대적인 믿음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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