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의 여신’ 서현진, 서슬퍼런 미소가 안쓰럽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14 08: 18

배우 서현진은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참으로 입체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심화령은 유정(문근영 분)만 바라보는 김태도(김범 분)를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다. 여기에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단 일을 배우고 있다. 화령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지 않다. 때로는 악역이었다가 때로는 유정을 돕는 선한 모습을 보인다. 단편적이지 않은 입체적이고 복잡한 내면세계를 가진 화령이라는 인물이 서현진을 만나 활력 넘치게 표현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14회는 서현진이 연기를 하는 화령의 알 수 없는 속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화령은 이강천(전광렬 분)에 의해 상단에서 쫓겨난 후 그의 아들 이육도(박건형 분)로 하여금 강천이 만든 자기를 훔치게 만들었다. 육도는 화령을 도와주고자 아버지의 자기를 빼돌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화령은 육도의 진심을 이용했다. 바로 강천을 찾아가 자기를 돌려주며 상단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것.
강천은 아들이 화령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였다는 것과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에 분노했다. 하지만 화령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육도가 훌륭한 사기장이 되길 바라며, 자신은 상단 일에만 매달릴 것이며, 자신은 육도에게 그 어떤 감정이 없다고 내뱉었다. 또한 자신을 잘못 건드리면 육도가 강천을 영영 배신할 수도 있다고 섬뜩한 경고를 했다.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육도는 씁쓸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같은 시각 화령은 상단에 복귀한 후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계략대로 일이 풀렸음을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화령은 그동안 육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번번이 육도를 이용했고, 육도는 번번이 당하기만 했다.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육도와 화령의 관계에서 알 수 있다. 이는 화령과 태도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육도의 감정을 악랄할 정도로 이용했던 화령은 유정만 바라보는 태도로 인해 늘 상처를 입고 있다. 때문에 육도를 계단 삼아서 상단에서 버티고 성공하려는 화령의 야심은 안쓰럽기 그지 없다. 본래 심성이 착하지만 야망으로 인해 가끔 엇나가는 선택을 하고, 유정을 위험이 빠뜨리게 방조하기 때문에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화령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화령을 연기하는 서현진은 입체적인 인물을 다각도로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서현진은 복잡한 내면을 가진 화령이라는 인물을 살아 숨쉬게 만들며 ‘불의 여신 정이’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이 드라마는 유정의 분원 생활이 꼬이면 꼬일수록, 그리고 그 배경에 화령이 큰 몫을 하게 될수록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놓고 미워하기에는 안쓰러운 구석이 많은 화령과 그를 연기하는 서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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