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전준우의 질주와 포수 파울플라이의 기록적 의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8.14 12: 01

타자가 힘껏 휘두른 방망이에 공이 빗겨 맞아 포수 머리 뒤로 타구가 높이 뜨게 되면 관중석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새어 나온다. 타구가 페어지역 내 상공으로 뜨기라도 했다면 확률 낮은 상대 야수의 실책도 기대해 볼 수 있으련만, 파울지역이라 그마저도 불가능. 겉보기엔 한마디로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타구가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다.
 
그런데 지난 8월 7일 사직구장 롯데-KIA전에서는 1루주자로 나가 있다가 후속타자인 장성호와 강민호의 연속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를 이용, 홈까지 파고드는 저돌적인 주루를 선보인 전준우(롯데)로 인해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의 의미가 새롭게 재조명된 일이 있었다.

 
전준우는 1회 말 장성호의 1루 덕아웃쪽 파울 플라이 타구를 KIA 포수 김상훈이 몸을 던져 잡아내자 리터치해 2루로 진루한 후, 다음 타자 강민호의 3루 덕아웃쪽 파울플라이타구 때는 3루로 잇달아 내달려 KIA 내야진의 혼을 쏙 빼놓은 끝에 실책까지 덤으로 끌어내 득점에 성공한 것으로, 주자가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 타구를 이용해 1루에서 홈까지 진루하는 광경은 과거 기억에서는 떠올릴 수 없는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잡아내기 어려운 파울타구를 이쪽저쪽 몸을 날려가며 어렵게 잡아낸 포수 김상훈의 살신성인 플레이도 전준우의 헤집기에 묻혀 빛이 나지 않을 정도의 과감한 질주였다.
 
물론 전준우의 미친(?) 주루플레이가 가능했던 근본적 이유를 찾자면 그의 빠른 발과 더불어 다른 구장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사직구장의 파울지역 면적에 힘입은 바 크지만, 기록적 측면에서는 숨어있던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의 효용가치를 재발견하고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이날 전준우의 득점은 KIA의 수비실책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되긴 했지만, 가상으로 1, 2루가 아닌 3루에서 리터치해 득점을 이끌어냈다면 한국프로야구 기록역사상 3번째의 포수 희생 파울플라이로 기록되었을 수도 있었을 희귀한 상황이었다. (스포츠 투아이 조회결과 그간 두 번의 포수 희생 파울플라이가 확인되었다)
과거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가 희생플라이로 화려한 변신을 했던 최초의 사례는 1990년 9월 20일, 대구구장에서의 노찬엽(MBC)이 그 첫 수혜자로 이름이 올라있다. 노찬엽은 삼성과의 경기에서 4회초 1사 1, 3루때 포수(삼성 박정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는데, 3루주자 김영직(MBC)이 이 타구를 이용해 홈으로 돌진, 덕분에 타점과 함께 희생플라이 기록을 챙겨간 기록이 남아있다.
 
이어 두 번째 사례는 1997년 4월 12일 롯데의 김응국에 의해 기록되었다. 김응국은 광주구장 해태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서던 연장 10회초 1사 1, 3루때 포수(해태 최해식) 파울플라이 아웃되었지만, 발 빠른 3루주자 김종훈(롯데)이 홈을 파고드는데 성공, 역시 타점을 부여 받으며 어엿한 희생플라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편 포수가 플라이타구를 파울지역에서 포구할 때, 포구 후 덕아웃이나 볼데드 지역으로 들어가 넘어지는 경우, 이때에도 3루에 주자가 있었다면 타자는 포수 희생 파울플라이 기록을 챙길 수 있다. 이는 규칙적으로 모든 루상의 주자에게 1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지기 때문으로, 자동적으로 타자에게 희생플라이가 기록되는 경우라고 하겠다.
 
그런데 여기에서 포수의 포구동작에 있어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포수가 덕아웃이나 볼데드 지역 안으로 한 발이나 두 발 모두가 들어간 상태에서 포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포구를 시도할 당시 발은 반드시 덕아웃 바깥쪽에 두어야 한다.
 
또한 포수가 타구를 잡고 난 뒤, 여세로 덕아웃 등의 볼데드 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안에서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만일 넘어지면 앞서 언급한대로 볼데드로 주자에게 1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지게 되며, 넘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대로 볼 인플레이 상태로 인정, 플레이를 이어가게 된다.
 
이 외에 포수 파울플라이 타구와 관련해 야수가 평범한 파울플라이 타구를 놓쳤을 경우, 주자의 진루나 타자주자의 출루로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야수에게 실책이 기록될 수 있다는 것과 그 실책이 일어난 다음에는 홈런을 맞아도 투수에게는 비자책점으로 기록된다는 사실, 그리고 퍼펙트게임 기준과의 연관관계를 오래 전 예를 들어 이미 상세히 설명(기록규칙의 이단아, 파울플라이 실책 편)한 바 있는데, 추가로 야구기록 판단적으로 헷갈리기 쉬운 상황 한가지를 더 들어보도록 한다.
 
통상적으로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번트를 대 파울이 되었다면 쓰리번트 아웃으로 인정되고, 투수와 타자의 기록은 삼진(K)을 뺏고 당한 것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같은 볼카운트 상황에서 타자의 쓰리번트 타구가 허공으로 솟아올라 포수가 이를 파울지역에서 잡았을 경우에는 삼진이 아니라 일반적인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기록된다. 쓰리번트 실패라고 해서 모두 삼진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쓰리번트 타구가 파울볼이 되었더라도 땅볼 파울이냐 뜬공 파울이냐에 따라 타자의 기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쓰리번트 파울팁은? 쓰리번트 시도 때 타구가 뜨지 않고 방망이에 스치고 바로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일명 ‘파울팁’의 경우에는 타구 성격상 땅볼 파울타구가 아니지만 삼진(정확히는 번트 파울팁 삼진)으로 기록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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