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장 원정 덕아웃에 대형 선풍기가 등장했다. 공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이 선풍기의 밑부분에는 LG 트윈스라고 쓰여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13일 경기를 앞두고 백순길 단장님께서 LG 전자에 근무 중인 지인을 통해 한 대 가져오셨다"고 전했다.
대구는 '찜통 더위'로 악명이 높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강수량도 많지 않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37~38도까지 오를 때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은 인조잔디 특성상 그라운드 위가 더 뜨겁다. 한여름 체감 온도는 40도를 웃돈다.
하지만 원정 라커룸에는 에어컨 1대가 전부다. 무더위에 지친 선수들을 위한 백 단장의 정성 가득한 선물. 이 관계자는 "대구 경기 뿐만 아니라 군산, 광주 등 시설이 열악한 구장에서 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어 선풍기를 들고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구장은 낙후된 시설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야구장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시 관할 부서에서는 꿈쩍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대구구장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의 최대 오점이다.
'원정 구단까지 챙겨야 하냐'고 묻는다면 대구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삼성도 원정 경기를 치른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