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꼴이 됐다. 압박감에 짓눌린 KIA의 현재 분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공·수·주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KIA는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8로 졌다. 올 시즌 강한 면모를 선보였던 상대 선발 크리스 세든에게 6이닝 동안 무득점으로 꽁꽁 묶인 반면 KIA 선발 듀웨인 빌로우는 초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며 SK에 너무 쉽게 기선을 내줬다. 13일 경기에서 지며 올 시즌 처음으로 7위까지 내려앉은 KIA는 이날 패배로 6위 SK와의 승차가 1.5경기로 벌어졌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6경기가 됐다.
한 경기 안 풀렸다고 보기에는 너무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타선은 4안타를 치는 데 그쳤고 선발 투수는 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다. 여기에 수비도 안 됐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선수들의 발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만 급하다보니 전반적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SK 선수들의 여유와는 대비됐다.

1회부터 흐름이 이상했다. 선두 이용규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김선빈의 번트가 너무 강하게 구르며 1루 주자 이용규가 2루에서 잡혔다. 선취점의 확률이 그만큼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3회에는 투수 빌로우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0-1로 뒤진 1사 1,2루에서 조동화의 투수 앞 땅볼 상황이었다.
빌로우가 병살 플레이를 연결시키고자 2루로 공을 던졌는데 이것이 뒤로 빠지며 정상호에게 홈을 내줬다. 조동화의 발을 생각하면 병살까지는 어려울 수 있었어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한 것은 뼈아팠다. 결국 흔들린 빌로우는 2사 후 김강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3회를 4실점으로 마쳤다. 경기 흐름이 SK로 넘어가는 실책이었다.
5회 2사 1,2루에서는 전 타석에서 2안타를 기록했던 이용규에게 기회가 왔으나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이어진 5회 수비에서는 연달아 실책이 나왔다. 1사 후 박정권에게 2루타, 김강민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만들어진 1사 1,3루에서 신승현의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졌다. 3루 주자 박정권이 홈을 밟았다. 곧이어 1루수 김주형은 2루로 뛰던 김강민을 잡기 위해 송구했으나 이 역시 옆으로 샜다. 김강민은 실책 2개에 힘입어 3루를 밟았다. 5회까지 실책만 3개였다.
6회 공격도 아쉬웠다. 선두 김선빈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세든을 무너뜨릴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안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와 동시에 2루로 뛰던 김선빈마저 아웃되며 기회가 날아갔다. 이후 야수들은 지나친 부담감에 가벼운 스윙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동렬 KIA 감독은 4회 2사 후 정상호의 파울 판정, 6회 1사 후 정상호 타석 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고 두 차례나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카드는 되지 못했다. 선수들의 어깨 위에 올라있는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뭔가의 조치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KIA는 15·16일 광주에서 두산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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