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위장 대타’, '여왕 갈매기' 공략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4 22: 40

위장 대타 카드로 상대 필승 카드를 좀 더 일찍 끌어낸 데 이어 역전까지 성공했다. 재역전을 내줬으나 필승 카드를 줄줄이 끌어다 쓴 상대는 위기에서 마무리를 좀 더 일찍 등판시켰고 이를 그대로 공략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7-6 재역전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는 롯데 자이언츠의 여왕 갈매기 정대현을 일찍 끌어내는 등 투수진 곳간을 공략하며 5연패로 몰아넣었다.
두산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롯데전에서 6회 솔로포와 8회 역전 결승타 포함 4타점을 쓸어담은 민병헌의 활약을 앞세워 7-6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롯데 2연전을 싹쓸이한 두산은 시즌 전적 51승2무40패(3위, 14일 현재)를 기록하며 같은 시각 선두 삼성에 패한 2위 LG와의 격차를 4경기 차로 좁혔다.
반면 롯데는 선발 송승준의 6이닝 2실점 호투에도 불구, 뒷심부족으로 무너지며 5연패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롯데의 시즌 전적은 45승2무44패(5위)로 6위 SK에 한 경기 반 차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날 경기 승부처 중 하나는 바로 7회말 두산 공격. 상대 선발 송승준이 오른 팔뚝 근육통으로 강판한 뒤 두산은 7회말 김승회를 상대로 김재호의 중전 안타, 좌완 이명우를 상대로 이종욱의 좌익수 방면 2루타가 터지며 1사 2,3루를 만들었다. 곧바로 두산은 좌타자 정수빈 대신 대타 최재훈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미 포수 양의지가 8번 타자로 배치된 터라 최재훈의 출격은 이명우를 강판시키고 상대 우완을 출격시키기 위한 일종의 덫이었다.
덕분에 롯데는 언더핸드 정대현을 투입했고 그러자 두산은 곧바로 좌타자 오재일을 출격시켰다. 오재일은 전날(13일) 정대현으로부터 8회 대타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3-2 승리 발판을 만든 숨은 주역. 정대현도 이날 2루타 허용으로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롯데는 오재일을 고의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사 만루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전날(13일)까지 정대현 상대 통산 7타수 1안타에 그쳤던 민병헌은 5구 째를 제대로 끌어당겨 좌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4-4 동점이 된 순간이다. 최준석의 볼넷으로 또다시 1사 만루가 되며 홍성흔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홍성흔은 중견수 방면으로 호쾌한 타구를 때려냈다. 중견수 전준우가 이를 잡기 위해 전력질주했으나 공은 글러브를 맞고 흘렀고 그 사이 오재일이 홈을 밟았다. 5-4 두산이 역전에 성공한 순간이다.
비록 두산도 선발 김선우의 2이닝 조기 강판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윤명준이 8회초를 막다가 2실점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마무리 김성배를 제외한 롯데의 필승 카드를 7회말 먼저 끌어냈다는 점은 결국 두산에게 득이 되었다. 허준혁과 이상화를 상대로 양의지의 볼넷과 김재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동점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 오재일 타석에서 롯데는 결국 마무리 김성배를 2사에서 당겨썼는데 독이 되었다. 오재일의 타구는 우익선상에 날카롭게 날아간 1타점 동점 2루타가 되었다. 뒤를 이은 민병헌은 타격감을 제대로 뽐내며 1타점 결승 우전 안타로 승리를 이끌었다.
발단은 7회 두산의 위장 대타였다. 15일 넥센전 선발로 사이드암 홍성민을 내정한 롯데의 승리조는 김승회-이명우-정대현-김성배였다. 그런데 앞선 세 명의 투수가 7회말 모두 나왔다. 두산의 위장 대타 작전은 결과적으로 롯데의 투수 곳간을 제대로 공략해 재역전승의 발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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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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