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팀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쐐기를 박는 투런 아치를 가동했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0-1로 뒤진 2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3회 2루 땅볼, 5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이승엽은 7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7-2로 앞선 2사 1루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LG 선발 신정락과 볼 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직구(140km)를 그대로 밀어쳤다. 대구구장 외야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30m 짜리 대형 아치. 이승엽은 타구가 넘어가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LG의 추격 의지를 잠재우는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삼성은 LG를 9-2로 꺾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시즌 12호 홈런 가동보다 선두 수성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한 게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LG의 거센 추격에도 이승엽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시즌은 길다. 마지막까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선두 수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이날 경기 전까지 LG전 타율이 2할1푼3리에 불과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이승엽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로서의 의무"라고 개의치 않았다.
이승엽은 "(조)동찬이가 큰 부상을 당해 정규 시즌을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2002년 고졸 신인 때 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가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선배로서 해줄 게 없었다.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고 직접 치료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 모두 동찬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기자고 다짐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홈런은 동찬이의 빠른 쾌유를 바라는 내 마음이 담긴 한 방"이라고 표현했다. 이승엽은 삼성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답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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