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롯데가 보호선수 명단을 받기 전 가장 노렸던 후보가 민병헌이었다. 김주찬(KIA)의 대체자로 염두에 뒀다”.
FA 보상선수로 그를 내줬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 다행히 팀은 그를 지켰고 현재 그는 팀의 3할 주전 외야수다. ‘민뱅’ 민병헌(26, 두산 베어스)이 자칫 자신의 새 둥지가 될 뻔 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민병헌은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에서 5회초 김현수의 대수비로 출장해 6회 첫 타석서 송승준을 상대로 좌월 만회 솔로포를 때려낸 데 이어 7회 2타점 동점 2루타, 8회 결승 1타점 우전 안타로 3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 활약을 선보였다. 민병헌의 활약 덕택에 팀은 7-6 역전승을 거뒀다. 민병헌의 한 경기 4타점은 2006년 데뷔 이래 최다 기록이다.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민병헌은 데뷔 첫 해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17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춘 데 이어 2007시즌 상근 예비역 입대한 임재철을 대신해 주전 우익수로 나섰다. 타율은 2할4푼4리로 아쉬움이 있었으나 3홈런 31타점 30도루(4위)를 기록했다. 그해 민병헌은 이종욱, 고영민과 함께 두산 육상부 1세대 주자였다.
그러나 2008시즌 연이은 손 골절상으로 주춤하고 임재철의 복귀, 이성열(넥센)의 2010시즌 24홈런 폭발 속 자리를 내주며 민병헌은 입지 축소 속 2010시즌 후 경찰청 입대를 결정했다. 그 사이 후배 정수빈이 주전 우익수로 제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경찰청 2년 간 평균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자랑했으나 그에 대한 팀 내 평가는 “수비-주루는 좋지만 공격은 아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민병헌의 선수 등록은 2012시즌 일정이 모두 종료된 후 2013년 1월31일 보류선수 명단 제출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30일 LG전서 정수빈이 자신의 파울 타구를 안면에 맞는 중상을 입으며 외야진에 공백이 생겼다. 두산은 부랴부랴 10월3일 민병헌을 제대하자마자 선수 등록했는데 퓨처스리그 일정 종료 후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쉬던 민병헌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다. 그로 인해 11월 NC 특별지명, 홍성흔을 FA로 영입한 후 롯데에 제출할 보호선수 20명 명단 작성 범위에 민병헌도 포함되어야 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롯데가 홍성흔의 보상선수 1순위로 염두에 뒀던 이가 바로 민병헌이었다. 2순위가 바로 김승회”라고 밝혔다. 당시 롯데는 홍성흔만 내준 것이 아니라 톱타자 김주찬(KIA)도 떠나보냈다. 김주찬의 대체자를 외부에서 찾는다면 수비-주루 능력을 갖춘 데다 경찰청에서 타격왕(2011년 3할7푼3리)이 되기도 했던 민병헌을 적임자로 생각했던 터였다.
그러나 두산 측도 경찰청에서 뛰던 민병헌의 타격 성장세를 지켜봤던 터. 게다가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던 만큼 민병헌을 보호선수에 포함시켰다. 민병헌의 보호선수 명단 포함을 확인한 롯데는 대신 지난해 두산 5선발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김승회를 선택했다.
현재 민병헌은 87경기 3할1푼5리 7홈런 43타점 23도루를 기록하며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없는 성적을 올리는 중. 이미 누적 스탯인 홈런-타점은 커리어하이 성적이고 타율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데뷔 후 최고 성적이 유력하다. 장타율 4할8푼1리로 전체 10위에 출루율도 3할9푼9리(13위)로 준수하다.
이미지는 장난꾸러기지만 민병헌은 경찰청 시절에도 자신의 타격폼 등에 신경쓰며 기량 향상에 힘썼다. “무조건 갖다 맞추기보다 공을 불러들이는 듯한 타격 자세로 바꿔 좀 더 파워배팅을 하고 싶다”라던 민병헌은 자신의 생각대로 2013년을 보내고 있다. 병역을 마치고 좀 더 책임감이 붙은 것도 사실이다.
미완의 유망주를 위해 두산은 보호선수 명단에 넣고 다음 시즌 활약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유망주는 부족했던 타격 능력을 키워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가 되었다. 만약 롯데에 보낸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누락되었더라면 두산과 민병헌의 올 시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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