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지만 결코 돋보였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뛰어난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부족했다.
김승규(23, 울산 현대)는 지난 14일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김승규는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페루와 친선경기에 골키퍼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김승규의 활약에 한국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0-0으로 비길 수 있었다. 승리를 놓쳐 아쉬움이 남지만 무실점 만큼은 인정 받을 만한 기록이었다.
김승규는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전반전에는 단 한 차례를 빼고는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페루는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의 실패 때문인지 이렇다 할 공격조차 펼치지 못했다. 김승규는 전반 내내 상대의 슈팅을 처리할 일이 없었다. 단지 전반 43분 요시마르 요툰의 중거리 슈팅을 쳐내는 것밖에 없었다.

요툰의 슈팅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박스 밖에서 시도한 중거리 슈팅인 만큼 골키퍼가 대처할 시간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김승규도 몸을 날려 여유롭게 요툰의 슈팅을 쳐냈다. 반면 후반 막판에 나온 클라우티오 피사로의 슈팅을 막는 순간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김승규는 피사로가 문전 앞에서 시도한 슈팅을 감각적으로 쳐내며 골문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김승규에 대해서 섣부르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승규가 선방이라고 부를 만한 슈팅 처리는 단 두 번이었다. 일반적인 프로 선수들의 경기라면 한 경기서 한 골키퍼가 2~3번의 선방을 하기 마련이다. 페루의 슈팅을 잘 처리한 김승규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만, 돋보였다고 극찬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페루는 전반전에 단 한 차례의 슈팅을 했고, 후반전에는 다섯 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 중 골대 안으로 향하는 슈팅은 세 차례였다. 앞서 설명한 두 차례의 선방을 제외하고는 한 번의 슈팅은 위력이 없었다. 페루가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승규가 좋은 활약을 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승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수는 있었다. 김승규는 K리그 클래식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기량 일부를 페루전을 통해 선보였다. 분명 가능성이 있는 모습이었다. 기존의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경쟁 구도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승규로서는 첫 숟가락에 배가 부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승규 또한 이 점을 알고 있다. 김승규는 페루전을 마친 직후 "오늘 한 경기로 나를 평가할 수 없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을 드러냈다.
정성룡은 각종 국제대회를 겪으며 A매치 53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이제 A매치에 데뷔한 김승규가 한 두 경기로 무너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정성룡은 28세의 나이로 전성기를 자랑하고 있다. 능력만큼은 충분한 김승규로서는 K리그 클래식을 통해 더욱 자신을 발전시키고, 앞으로 주어질 대표팀에서의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기량 100%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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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