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넥센 등번호 '10번'의 아쉬움 풀까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8.15 10: 40

"내 번호를 받은 선수들이 잘 안되네요".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최근 자신의 등번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숭용 위원은 지난 1994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할 때부터 10번을 달아, 2011년 시즌 후 은퇴까지 18년을 이적 없이 한 번호를 쭉 유지했다.
이 위원은 10번을 달고 현대의 4차례 우승에 모두 함께 했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 아웃카운트 중 3번을 그가 처리했다. 현역 시절 개인 기록은 크게 남지 않았지만 그는 막강한 현대 왕조에서 주전으로 뛰고, 5번이나 주장을 맡으며 남부럽지 않은 현역 시절을 보냈다.

이 위원이 은퇴한 뒤 지난해 10번을 용감하게 물려받은 후배는 내야수 오재일(27)이었다. 그는 당시 "다들 부담스러워서인지 물려받으려고 하지 않더라. 하지만 나는 닮고 싶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번호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재일은 지난해 7월 이성열(29)과 트레이드돼 두산으로 떠난다.
이 트레이드로 넥센에 온 이성열은 오재일과 등번호도 바꿨다. 오재일이 달았던 10번을 물려받은 이성열이지만 계속해서 썼던 36번을 잊지 못했다. "무의식중에 사인도 36번으로 쓸 뻔 했다"던 이성열은 갑자기 바꾼 유니폼이 맞지 않아서인지 지난해 이적 후 넥센에서 1할대로 시즌을 마감한다.
시즌 후 이성열은 넥센에서 36번을 달고 있던 우완 투수 문성현(21)을 찾는다. 이성열은 문성현에게 '등번호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마침 지난해 부상에 시달렸던 문성현은 2009년 청소년대표팀 우승을 이끌었던 당시 달았던 10번의 추억을 되새기며 트레이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성현은 올해 초반에도 셋업맨으로 나서 5경기 평균자책점 10.29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숭용 위원은 "이상하게 내 번호를 받은 선수들이 잘 안된다. 올해 문성현도 내 번호를 달고 좋지 않았다"며 본의 아니게 골칫거리가 된 등번호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직 아쉬움은 이르다. 문성현은 후반기 들어 선발로 변신하며 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과 씩씩하게 맞붙는 자신감이 그의 무기다. "후반기에 더 강하다"고 자신한 문성현이 이 위원의 등번호를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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