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에 빠진 KIA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천 리길을 가야 하는 판국에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은 선발 투수들이 만들어줘야 한다. 선발진이 바로 서지 않으면 KIA의 반등도 어렵다.
KIA는 후반기 들어 5승14패(승률 .263)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그 사이 순위도 추락했다. 13·14일 문학 SK전에서 모두 지면서 7위까지 떨어졌다. 4위 넥센과의 승차도 6경기까지 벌어졌다. 오히려 8위 NC와 5.5경기차로 더 가깝다. 시즌 전 우승후보의 위용은 완전히 사라졌다. 분위기 반전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조기에 접어야 할 최대 위기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마운드의 부진이 눈에 들어온다. KIA의 후반기 평균 자책점은 6.18로 리그 최하위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다. KIA 선발 투수들은 이 기간 중 3승10패 평균자책점 7.06에 그쳤다. 19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4번뿐이었다. 불펜 문제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지만 선발진이 이렇게 부진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사실 KIA는 시즌 전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한 팀 중 하나로 손꼽혔다. 윤석민을 필두로 김진우 서재응 헨리 소사, 그리고 양현종이 5선발을 이뤘다. 지난해 선발로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돌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민은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서재응과 소사는 지난해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전도 선발 투수들이 경기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기선 제압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끌려가다보니 선수들의 긴장감과 중압감도 배가 된다. 악순환이다. 13·14일 문학 SK전이 상징적이었다. 13일 경기에서는 양현종이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조기강판됐다. 14일에는 듀웨인 빌로우가 4⅓이닝 5실점(1자책점)으로 고전하며 역시 분위기를 쉽게 내줬다. 김광현, 크리스 세든이 6이닝을 무난하게 소화한 SK와 비교됐다.
쉽지 않은 과제일 수도 있다. KIA는 후반기 최고의 반전 카드로 여겼던 양현종이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회복에만 3주 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가뜩이나 부진한 선발진에 악재가 또 생긴 것이다. 여기에 빌로우도 아직까지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이 마무리로 전환한 상황에서 당장 5선발을 꾸리는 것이 어려워졌다. 임준섭이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힘이 떨어진다. 과연 KIA 선발진이 자존심을 살리며 팀을 구해낼 수 있을까. 15일 광주 두산전에는 맏형 서재응이 등판해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