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서른에 깨달은 인생 사용설명서[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8.15 07: 59

배우로서 가장 먼저 대중을 접했고, 이후 작가, 영화감독, 가수, 화가 등 다양한 직종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포식한 이가 있다. 짐작하듯, 구혜선(29)의 이야기다.
최근 홍대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그와의 만남은 지난달 발매된 네 번째 싱글 '그건 너'라는 음반 인터뷰를 빌미로 했으나,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에 올라탄 그와의 얘기는 근황으로 시작해 음반, 학업, 평소 생활, 자기 평가, 이성관, 그리고 인생까지 번져갔다. 이 인터뷰는 구혜선이 스스로 말하는 인생 사용 설명서 격으로, 스스로 되뇌이는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다.
# 기부-홍보대사-심사위원..돈이 목적이 아닌 일들

"스스로 성격이 꽤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꼭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건 워낙 상대적인 거라서요."
가벼이 근황을 물으니 돌아오는 게 의외로 성격 얘기다. 연예인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의식한 답변이리라. 실제로 구혜선은 대학교를 다닐 때 생활패턴이 집-학교-과제-집-학교-과제..처럼 단순했노라고 털어놨다. 성균관대 영상학과 11학번인 그는 현재 휴학상태다.
"현장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다시 배우니 묘했어요. 고민중인 제게 교수님이 학교는 수업을 들으러 오는 곳이 아닌, 저희들끼리 해온 과제로 수업하는 곳이라고 일러주셨죠. 맞는 얘기였어요. 학점요? 사회생활을 일찍 했던 탓에 약속엔 충실한 편이라 출석, 과제, 그런 것들에 대한 태도 점수를 잘 받았죠. 그런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서른이 돼서야 깨달았어요.(웃음)"
학업에서 파생한 이야기는 또 다시 줄기를 뻗어 대중교통의 이용과 돈의 사용법, 그리고 재테크까지 이어졌다. 자칫 이러다가는 음반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못할 거란 우려에 '근황'이란 단어를 살짝 흘리자, 당황한듯 기분 좋은 웃음을 내비친다.(고백컨대 이날 인터뷰는 웃음이 3할이었다.)
"아. 어쩌죠. 사실 요즘 하는 일이 없어서요. 시나리오 작업은 예전에 마쳤고, 그림도 예전에 끝내놔서.. 최근엔 기부행사, 홍보대사,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 한 4개월쯤 이런 일들만 하고 있어요. 돈이 목적이 아닌 일들이죠. 이런 일들이 많아서 다른 일정은 전혀 못 잡을 정도였어요. 가끔은 제가 자원봉사자라고 착각될 때도..(웃음)"
#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다..'나답게 노래하자'
이젠 음반 얘기다. 싱글곡 '그건 너'는 구혜선 특유의 음색이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음악적 기교는 없지만 확실히 듣는 순간 빠져드는 무언가가 있다. 구혜선은 단순히 보컬로서 뿐만 아니라, 해당 곡을 직접 작사-작곡,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촬영, 편집했다.
"언제부턴가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게 됐어요. 음정, 박자는 조금 안맞더라도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걸 깨닫고 좋은 목소리를 활용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거죠. 음역대가 높지 않은 상태로 부를 수 있고, 기교를 넣지 않는, 보컬이 중심이 아닌 그런 노래를 만들었어요. 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말이죠."
사실 '그건 너'는 2~3년을 묵혀뒀다가 세상에 내보인 곡이다. 시기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그건 너'를 좀 더 잘 소화하기 위한 숙성의 시기가 필요했다. 예정된 수순은 아니었지만.
"녹음실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제 목소리를 잘 못듣는 편이예요. 스피커로 듣는 훈련이 부족해서, 가끔 제가 들어보면 음치처럼도 들리기도 해요.(웃음) 음악 감독님은 연습을 하면 다를 거라는데, 전 항상 똑같이 느껴졌어요. 근데 2~3년 묵혀뒀더니 노래에 제가 어느덧 익숙해졌죠. 분명히 늘었더라고요. 그래서 발표했죠. 만족 안했으면 어떻게 노래를 발표했겠어요.(웃음)"
# 멀티? 그저, 이미지를 표현하는 사람
배우, 연출자, 작가, 화가, 가수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약한다고 하여 혹자는 구혜선에게 다재다능, 멀티플레이어,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를 내건다. 그 종류를 제대로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과분하죠. 그렇게 불러주면 책임감도 들어요. 일회성에서 그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근데 사실 전 그냥 이미지를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을 만들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영화를 만들 때도…상상을 전달해서 이미지화 작업을 하는 사람, 그 모든 뿌리는 상상이예요. 직업군을 특별히 나누기보단, 그저 상상을 전달하는 사람인거죠."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건 모든 분야에서의 1등에 집착하지 않아서다. 완벽하되, 경쟁에서 1등을 목표로 하진 않는 건, 뭔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했다.
"경쟁심이 오히려 망가뜨리는 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마음은 도피형에 불과했죠. 행복에 집중을 했는데, 오히려 자꾸 피폐해지는 거예요. 무조건 절 보호하기 위해, 사랑해야 하다는 강박관념에 혼자 꼭꼭 숨은 거죠. 사회 안에서 사랑하며 사는 법을 몰랐어요. 바뀌는 데 꼬박 30년이 걸렸네요.(웃음)"
삶에 큰 축을 차지했던 완벽주의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서른이 되는 동안 그의 안에서 변화했다. 완벽주의는 포용했고, 경쟁심은 폐기처분했다. 쓸데없는 경쟁심이 그저 시시하다는 생각에서다.
"행복하냐고요?(웃음) 지난 제 삶에 '곧' 만족하게 될 것 같아요. 서른이 돼 조금씩 '놓기' 시작하니깐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어요. 원하지도 않는데 떠밀려 하는 일 없이, 진짜 제가 필요한 걸 가지고 사는 삶에 충분한 만족을 느끼는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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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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