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가 떠올린 노경은 향한 조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5 10: 40

“아, 그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그리고 지금은 (노)경은이가 정말 잘 하고 있으니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2군 생활을 보내는 후배에게 수년 전 선배로서 했던 조언. 후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조언처럼 쉽게 공략하기 힘든 공을 던지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수술과 재활로 힘들었던 선배는 자신의 이야기대로 주축 에이스가 된 후배를 보며 흐뭇해하고 한편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우완 이재우(33)가 우완 선발 노경은(29)을 바라보며 웃었다.
팔꿈치 수술 2회 이후 다시 1군 마운드로 돌아온 이재우는 올 시즌 22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 중이다. 특히 후반기 들어서는 선발로 전향하며 부상으로 빠진 더스틴 니퍼트의 선발 순번을 채우고 있는데 4경기 2승무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닝 소화 능력은 다소 아쉽지만 경기 내용이 좋고 무엇보다 그 4경기서 모두 팀이 승리했다.

사실 이재우의 프로 통산 성적은 286경기 37승15패3세이브58홀드 평균자책점 3.22로 승률이 7할1푼2리에 달한다. 아직 이닝 수가 확실히 충족되지 않아 통산 승률 순위는 포함되지 못했으나 따져보면 선동렬 현 KIA 감독(7할8푼5리)에 이어 2위에 해당할 정도. 3년 간 아팠을 뿐 마운드에 오르면 승리가 보장된 확실한 카드였다.
“구위는 한창 좋았을 때에 비하면 떨어졌다. 다만 다른 점은 이제 내 공을 믿고 던진다는 것 같다. 전반기 때는 솔직히 마운드에 올라서도 날 못 믿고 있었는데 지금은 스피드를 떠나 아프지 않고 내 공을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칠 테면 쳐보라는 생각이랄까. 투수는 자신감이 중요하지 않는가”.
그 이야기에 2년 전 노경은이 밝힌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2010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구위를 지녔으나 제구난과 부상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노경은은 “재우형이 해줬던 조언”이라며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공을 믿고 그 공이 1군에서도 통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조언이었다.
“재우형이 예전에 정말 힘들었을 때 말씀해주셨어요. ‘네 공이 1군에 통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못해도 3년 정도는 직구만 던져도 잘 풀리는 때가 있다고. 그러니까 열심히 하면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2011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투수진에 가세한 노경은은 지난해 12승을 거두며 주축 선발이 되었고 현재 국내 투수 최다 이닝(128⅔이닝), 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4회)를 기록 중이다. 승운이 없어 6승7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잘 싸우고 있다.
“나도 예전에 그랬고 경은이도 그 때가 오면서 잘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경은이는 잘할 때도 예전에 잘 못했을 때도 한결 같이 착한 선수니까. 앞으로도 잘 될 거다. 그리고 나도 그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후배를 위한 따뜻한 조언을 건넸던 선배는 그 후배를 보면서 자신도 재기를 향한 열망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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