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의 후반기 활약이 눈부시다.
전반기 13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5패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던 밴덴헐크는 후반기 3경기에 등판, 2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1.29. 국내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한 밴덴헐크의 눈물겨운 노력이 주된 성공 요인이나 안지만(투수)과 박석민(내야수)의 숨은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조기 퇴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꽤 이름을 날리던 거물급 선수 가운데 국내 무대에서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허다했다.

삼성 투수조의 분위기 메이커인 안지만은 늘 유쾌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밴덴헐크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안지만은 밴덴헐크와 '바디 랭귀지'를 통해 진심을 주고 받으며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밴덴헐크에게도 삼성 마운드의 자부심을 심어줬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팀의 일원으로서 말이다.
박석민과 밴덴헐크는 1985년생 동기. 포지션이 달라 함께 훈련하는 시간은 거의 없지만 타자 입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가감없이 전한다. 국내 타자들의 성향을 비롯한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까지 1인 다역을 한다. 구단 관계자는 "박석민이 외국인 선수들의 국내 무대 적응을 전담한다"고 농담할 정도다.
박석민은 밴덴헐크가 소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단골 식당에 초대하기도.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대체 선수인 에스마일린 카리대가 팀에 합류한 뒤 밥을 사기도 했다. "우리 팀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밴덴헐크가 잘 해야 한다"는 게 박석민의 설명.
삼성의 팀워크는 언어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끈끈하다. 삼성만의 분위기는 선두 질주의 원동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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