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배려’ 진해수 살린 두 키워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15 14: 00

“달라진 점이요? 자신감이 생겼어요”
14일 문학 KIA전이 끝난 후 질문에 대답하는 진해수(27, SK)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저 잘 던졌다는 안도감에서 나오는 미소가 아니었다. 미소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말만 들어도 생기가 넘치는 두 단어가 진해수의 가슴에서 뛰고 있었다.
6월까지만 해도 진해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아닌 긴장이 흘렀다. 지난 5월 초 KIA와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진해수는 초반 부진했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뭔가 쫓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어깨는 처져 있었다. 그런 진해수를 바라보는 벤치도 애가 탔다. 좌완 계투 전력이 현저하게 약해진 SK의 승부수는 그렇게 후일을 기약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반전은 남아 있었다.

7월 이전과 이후의 진해수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 7월 이후 진해수는 총 18경기에 나섰다. 10이닝을 던졌는데 피안타는 5개, 볼넷은 3개뿐이었다. 대신 삼진은 12개나 됐다. 15명의 기출루자 중 홈을 허용한 주자도 단 한 명뿐. 말 그대로 철벽이었다. 진해수는 평균자책점 0 행진에 대해 “던진 이닝이 적어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최근 진해수의 위력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7월 이후로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손꼽히는 왼손 계투 요원이다.
큰 변화는 없었다. 키가 커진 것도 아니고, 힘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140㎞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6월까지의 진해수도 가지고 있었다. SK가 진해수에 베팅을 한 가장 큰 이유였다. 달라진 것은 마음가짐이다. 한 타자, 한 타자를 처리할 때마다 자신감이 붙었다. 진해수는 “투구 밸런스에만 손을 봤을 뿐 폼은 달라진 것이 없다. 대신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최근 상승세의 비결을 설명했다. 심리적 요소는 그렇게 한 선수의 모든 것을 바꿔 놨다.
배려도 진해수를 춤추게 했다. 진해수는 코칭스태프 및 불펜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진해수는 “코칭스태프께서 편안한 상황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안 될 때도 크게 뭐라하는 경우가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실제 SK는 진해수를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로 짧게 끊어가며 활용법을 찾아냈다. 자신감이 생기자 이제는 1이닝으로 책임 범위를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진해수는 그 부담감을 차츰차츰 이겨내고 있다.
SK에서는 진해수와 함께 유이한 왼손 계투 요원인 마무리 박희수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진해수는 “희수형과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다. 초구에 어떤 승부를 걸어야 할지,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승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미지 컨트롤이다. 굳이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야구 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한다.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이제 진해수는 미래를 본다. 지금 당장 잘 던지고 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는다. 진해수는 “지금 페이스를 이어가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힘줘 각오를 드러냈다. 자신감이 생긴 가슴, 그리고 좀 더 당당해지는 어투. 물론 앞으로 1~2차례 더 위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진해수는 이제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힘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SK 불펜의 희망봉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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