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월화수목 시청률 1위 드라마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미드 느낌'을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거친 표현이지만 그 만큼 시청자-네티즌 사이에서 '미드 같은 드라마', '미드 못지않은 구성', '미드를 보는 것 같다'란 반응이 많다.
월화극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KBS 2TV '굿 닥터'에서는 시즌 10의 방영을 앞두고 있는 ABC '그레이 아나토미'를, 수목극 1위를 질주 중인 SBS '주군의 태양'에서는 2010년 시즌 5로 막을 내린 CBS '고스트 위스퍼러'를 떠올린다.
기본적으로 소재, 분위기, 구성 등에서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가 뇌리를 스치는 경우가 있다. 언급된 미드 두편은 모두 국내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기에 그 만큼 잔상이 큰 것도 한 몫 한다.

예를 들어 '굿 닥터' 1회에서 박시온(주원 분)이 청량리에서 사고를 당하 아이를 두고 응급조치를 할 때 볼펜을 이용했는데, '그레이 아나토미'의 닥터 오웬이 시애틀 병원에 오기 전 환자 몸게 볼펜으로 삽관해 응급조치를 하는 장면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주군의 태양'은 매회 사연을 지닌 색다른 귀신, 그리고 이 귀신을 보는 여자란 기본 캐릭터에서 '고스트 위스퍼러'를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둘 다 이승을 떠날 수 없는 슬픈 영혼들을 달래주는 한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마냥 이 같은 미드가 부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굿 닥터'는 매회 새로운 병원 에피소드로 의사들간 혹은 의사-환자간의 우정과 사랑, 의사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궁극적으로 휴머니즘적인 감동을 전한다는 것이 '그레이 아나토미'와 같지만, 여기에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로 한 의사의 성장담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주인공과 대적하면서도 매력적인 다른 남자주인공,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여의사 등 주요 캐릭터와 병원 내 치열한 권력 전쟁을 벌이거나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조연들의 활약을 더했다. 팽팽한 주인공 삼각축(혹은 사각축) 구도와 명품 조연들의 활용은 한국드라마의 특징으로, '굿 닥터'는 미드같은 구성에 이런 한국 드라마의 정서를 조합해 성공적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굿 닥터'에 현재 가장 많이 보내고 있는 시청자들의 요구는 '러브라인에 함몰되지 않는 미드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달라'이다. 그러나 사실 '그레이 아나토미'의 러브라인은 더욱 얽히고 설히며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중요한 것은 러브라인의 비중이나 분량이 아니라 드라마의 주제다.

'주군의 태양' 같은 경우 미드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배우의 개성이다. 공효진이 분한 태공실이라는 여주인공 캐릭터에서 가장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주군의 태양'과 '고스트 위스퍼러'의 여주인공들은 둘 다 눈물 많고 감정적인 착한 여자들로 사랑스럽다. 하지만 '고스트 위스퍼러'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좀 더 차분하고 다정 다감했다면 태공실은 엉뚱 발랄을 넘어 때론 엽기다. 이 드라마는 여기에 인간미 없는 대형 쇼핑몰 사장 주중원(소지섭 분)과 태공실과의 로맨스를 심어놓았다. 태공실로 인한 주중원의 캐릭터 변화는 서사의 큰 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에다 무섭지만 슬픈 사연을 지닌 영혼을 위로하는 내용을 더한 이 로맨틱 호러물은 우리 시청자들에게 로맨틱 보다는 '공포'로 새롭게 어필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럴것이 한국 드라마 속 로맨틱 코미디는 가끔 반짝이는 작품들이 나타나기 전까진 '식상하다'란 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은 밤, 보는 이를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귀신이 등장한 드라마는 실제로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호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이 드라마가 반갑고, 일반 시청자들 역시 그간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분장과 새로운 장르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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