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잘 싸우고도 또다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벌써 4경기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출범 후 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페루와 친선경기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호주-중국-일본-페루를 상대로 3무 1패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 내용 면면을 따져보면 칭찬할 만한 구석이 많은 경기들이었다. 특히 동아시안컵이나 이번 페루전 모두 촉박한 시간 동안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선보이면서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4경기 2실점으로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수비에 대한 고민도 해결했다.

하지만 결국 축구는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4경기 2실점의 빛나는 수비보다 4경기 1득점의 '골 가뭄'이 더 주목을 받고 혹평을 받으면서 홍명보호의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4경기 동안 충분히 '과정'을 벼리고 가다듬은 홍명보호가 이제 시원한 골로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 가뭄 못지 않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100%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전반전에 반드시 골을 넣어야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후반전 무너지는 모습이 사라져야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뛰어난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반에 무수한 기회를 만들고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초조함 때문인지, 후반전 둔해지고 느려지는 모습이 연달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전에서는 하대성의 부상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하대성의 부상으로 인해 한국영이 갑작스레 교체카드로 투입됐고 이 때문에 유기적인 플레이가 느슨해진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 동아시안컵 3경기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완벽에 가까운 전반전과 무너지는 후반전의 차이는 흡사 다른 팀처럼 보일 정도였다.
끊임없이 슈팅을 때리고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그 왕성한 체력이 90분 동안 변함없이 버텨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유기적으로 손발을 맞춰 뛰는 것이 조직력이다. 90분 안에서 기복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처럼 후반전 우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더이상 보여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다.
이는 골 가뭄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기도 하다. 완벽한 전반전의 기세를 후반전으로 이어가지 못하면 결국 전세는 역전당하고, 좋은 기회에서 골을 넣지 못한 다급함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되어있다. 후반전을 지켜야, 홍명보호가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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