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쁜놈’이라는 말을 했을 때 어머니는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그런 말 어디서 배웠냐”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 ‘귀여운 내 새끼’보다 ‘나쁜 놈’이 악질의 단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고뇌의 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고민은 불과 몇 년이 안돼 산산이 부서졌다. 세상에는 기원을 알기 어려운 수많은 욕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객기로 욕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고,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후에는 욕 유발자들과의 인연으로 줄줄줄 외워댔다. 나이가 들수록 욕이라는 것도 무르익는 법이라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어휘들에는 연륜이 묻어 나오곤 한다. 연륜이 아닌 예술로 승화시킨 장르가 있다면 단연 랩이다. 랩만큼 대놓고 욕을 하고, 비난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그래서 욕 사용의 바른 예를 들어봤다. ‘19금 방송의 주범’, 스윙스를 통해서다. /편집자 주

임영진(이하 임); 왜 그렇게 욕들을 한대요?
스윙스(이하 스); 하하. 그런가요? 저는 욕을 쓰는 게 조심스럽긴 한데 다른 사람이 한다면 나서서 막을 생각은 없어요. 자기 스타일인 거니까.
임; 엠넷 ‘쇼미더머니2’ 출연했었잖아요. 그 때도 욕이 무지막지하게 나와서 19금 등급으로 방송된 적 있지 않았나요?
스; 헤헤. 맞아요. 그거 저 때문이었대요. 제 노래 중에 ‘노 멀시(No Mercy)’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 가사가 좀 거칠거든요. ‘삐’ 처리가 되긴 했지만요.(웃음)
임; 스윙스뿐만이 아니었어요. 출연하셨던 래퍼들 대부분이 욕을 즐겨 쓰더라고요. 매드클라운도 그 고운 외모로 거친 랩을 했었어요.
스; 가사, 그러니까 음악적으로 표현될 때 방법에 제한을 두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19세 이상 관람등급 같은 시청등급이라든가 특정한 조치가 취해진다는 전제가 붙죠. 개인 개인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자유롭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드러낼 수 있어야 진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힘 있는 사람의 이기주의로 이런저런 가사를 쓰지 마 라고 하는 건 억압하는 거잖아요.
임; 이건 전에 얘기했던 힙합의 역사와 관련되는 부분인 것 같네요.
스; 그 때도 말씀드렸지만 힙합이라는 음악이 치욕적인 역사 속에서, 억압받고 고통받던 과거를 이겨내고 만들어졌잖아요.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인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랩이었고요.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내 생각을 상대에게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게 랩이죠. 우리나라 힙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임; 유독 많이 하시는 거 같던데요.
스; (웃음) 아, 아니에요. 오해예요. 하하.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는 늘 하나의 조건을 말해요. 어린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다칠 수 있는 가사는 안 쓸거라고요. ‘쇼미더머니2’의 경우는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 때문에 과감하게 나섰던 게 있어요. 더 보여주려고 했죠. 어떤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어서 무반주로 랩을 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었어요.
임; 힙합이라는 음악, 랩을 볼 때 ‘욕’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스; 일단 멋있게 표현돼야 하고요. 욕이라는 것도 문맥이거든요. 앞뒤가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무턱대고 뱉어내는 거 말고요. 이런 감정에서 이런 표현이 등장해야 한다는 이해가 있어야 하죠.
임; 대중가요 중 유독 힙합에서 욕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스; 10년 넘게, 지금은 좀 죽어가고 있는데 갱스터 랩이 주였거든요. 알 파치노가 나온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영화가 있는데, 힙합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정말 심한 욕이 몇 백번 나오는데 그런 캐릭터를 흉내내는 게 문화가 된 거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미국 젊은 여성들에게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한데 같은 식으로 남자들의 영웅은 알 파치노였던 거예요. 그 영향이 랩으로 드러난 거죠.
임;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스; 두번째는 탄압 받았던 문화, 세번째는 현실성 때문이라고 봐요. 문화는 앞에서 말했던 부분이고요. 현실성은 최대한 편집하지 않고 날 것을 표현하려는 성향에 기인해요. 평소 말하는 것보다는 필터링을 하는데 밉지 않게 쓰는 거죠. 자연스럽게요.
임; 그렇다면 대중은 랩에서 사용되는 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스; 어린 친구들이 영향을 많이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로서 인식해주고 그 안에 있는 문화적 가치를 발견해주길 바라요. 가족, 선생님, 친구들의 힘이 필요할 거고요. 어려운 문제죠.
* 오늘의 선곡; 스윙스 ‘노 멀시’
스윙스가 2013년 발표한 '스윙스 넘버원 믹스테이프 볼륨2(Swings #1 Mixtape Vol.2)' 수록곡으로 19세 이상 청취등급의 노래다. 크라이 베이비가 작곡, 스윙스가 작사를 맡았다. ‘난 니 고통을 보면서 즐겨 낄낄 실실 너무 울어서 나는 할뻔했지 익사 내가 자살한다면 그것은 사실 피살’, ‘친절했던 식칼의 날카로운’ 등 과격한 랩이 특징이다. 토하듯이 이어지는 스윙스의 웃음소리는 곡의 음침한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다.
참고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은 걸그룹 에프엑스(f(x) 설리가 좋아하는 ‘듣고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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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