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에선 다소 부진하다 예능을 만나 빛을 본 스타들이 급증하면서, 예능 출연이 일종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특히 가수는 무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예능을 통해 발산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는데, 가수로서 '마지막 승부터'를 예능으로 잡는 웃지 못할 일도 드물지 않다. 댄스그룹을 키우고 있는 한 제작자는 "이번 앨범에 그룹의 존폐가 달려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멤버들을 여러 예능에 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능에서마저 '터지지' 않으면 그룹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돌 뿐 아니다. 뮤지션도 마찬가지. 신예 싱어송라이터를 홍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음악프로그램도 많이 없어졌고, 설 무대도 없어졌다. 예능을 통해 인기를 얻어야만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행히 예능감이 좋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이 예능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나, 최근에는 순위제 도입과 한층 더 격렬해진 경쟁으로 보다 빠른 승부를 위해 예능이 반드시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아이돌그룹 경우 인지도와 10대팬 확보에 예능은 결정적이다. 한 인기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10대 팬들은 음악 그 자체보다, 멤버들의 성격을 보고 빠져들곤 한다"면서 "멤버들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예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예능이 리얼 버라이어티 위주로 편성되자 케이블과 자체 홍보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맞았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은 엑소 등 차세대 예능돌을 배출하고 있다. 대중성에 있어서 로이킴에 밀린 듯한 존박이 냉면 마니아부터 어수룩한 낙타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잡아 시선을 끈 것도 엠넷 '방송의 적' 덕분이었다. 그는 여기서 자리잡고 MBC '무한도전'에 진출했다. 정상급 가수들도 과감해졌다. 카리스마 넘치던 2NE1은 쌍박TV를 통해 4차원 매력을 발산 중이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가요제작자들에게 씨스타, 제국의 아이들은 예능 활용의 '바이블'이다. 씨스타는 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 잘하는 걸그룹으로 각인시키면서 건강미를 자연스럽게 발산했고, KBS '불후의 명곡'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력을 자랑했다. 이는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건강미 넘치는 실력파 걸그룹' 씨스타를 만들어냈다.
제국의 아이들은 보다 더 극적이다. 동준이 체육돌로 이름을 알린 데 이어 시완이 MBC '해품달'로 떠올랐고, 이어 형식이 MBC '진짜 사나이'로 전성기를 열었다. 시완이 '해품달'로 아이돌 신흥세력 부흥의 좋은 예를 만들자 많은 그룹의 '비주얼' 멤버들이 각종 드라마의 학생 역할을 휩쓸기도 했다. 형식은 자신의 성격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으로 인지도를 높여 곧바로 광고 시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전에도 예능이 '신의 한 수'가 된 케이스는 많았다. 지오디가 '육아일기'로 국민그룹으로 성장했고, 김태원이 예능 대세가 되면서 부활을 그야말로 '부활'시켰다. 가요관계자들은 "극 몰입 문제 때문에 예능 출연을 꺼려하던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예능 출연 역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K-POP이 점차 고도화되고 음악프로그램 위축되면서, 경쟁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데 예능이 거의 유일한 '역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