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이기는 농구’보다 ‘재밌는 농구’ 원한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8.15 16: 28

“한양대 4번 봐. 키도 작은데 잘한다.”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이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됐다. 개막전서 부산 KT는 한양대를 71-56으로 눌렀다. KT는 고려대-오리온스전 승자와 8강서 격돌한다.
이날 광복절을 맞아 약 3천여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비시즌임을 감안할 때 괜찮은 성적이었다. 아시아농구선수권 3위에 입상한 국가대표팀을 보고 농구에 흥미가 생겨 온 팬들이 많았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는 팬들은 한양대를 응원했다. 런앤건과 3점슛을 즐기는 한양대의 스피디한 농구가 관람하기에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한양대 선수들이 속공이나 3점슛을 시도할 때 절로 탄성이 터졌다. 특히 신장이 180cm에 불과한 4학년가드 이재도는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여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KT는 프로답게 확률 높은 골밑공격과 압박수비 중심의 소위 ‘이기는 농구’를 했다. 승패가 중시되는 프로팀으로서 당연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대회서 프로선수들의 개인기가 더 볼거리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 KT는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팬들의 기억에는 한양대 선수들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승패가 결정된 4쿼터 후반 한양대 정효근은 속공상황서 시원한 투핸드 덩크슛을 터트렸다. 농구의 묘미가 제대로 나온 플레이였다.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관중들은 다음에 정효근이 공을 잡자 “열어줘!”라고 소리치며 정효근의 덩크슛을 원했다.
과거 한국농구하면 화려한 속공과 3점슛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허동택 트리오는 화려한 패스웍으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충희-김현준-문경은으로 이어지는 슈터들은 오픈 3점슛을 거의 놓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프로농구에서 이런 시원한 플레이가 드물다.
물론 프로의 첫 번째 생리는 이기는 농구다. 하지만 한국농구가 아시아선수권 선전의 호재를 이어가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소 최강전에서라도 프로팀이 수비중심에서 탈피해 화려한 공격농구를 펼쳐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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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육관 =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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