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막이 열린다.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2013-2014시즌 EPL이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8시 45분 리버풀과 스토크시티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의 6년 만의 첼시 복귀, 치열해진 우승-빅4 경쟁 등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그가운데 국내 팬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키는 건 기성용(스완지시티),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선덜랜드) 등 코리언 프리미어리거 3명의 활약상이다.
셋 모두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들이다. 먼저 기성용은 홍명보호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부터 3-4위전까지 6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중원을 든든히 지켰다. 김보경은 조별리그 2차전 상대였던 스위스전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8강행에 디딤돌을 놓았다. 지동원은 영국 단일팀과 8강전서 선제골을 넣으며 동메달 쾌거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렇게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합작했던 그들은 지난 시즌 저마다의 꿈을 펼쳤다. 기성용은 스완지 입성 첫 해 주전 자리를 꿰차며 리그컵(캐피털원컵) 우승과 EPL 9위에 일조했다. 김보경도 카디프의 챔피언십(2부리그) 우승을 도우며 승격의 꿈을 이뤘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떠났던 지동원은 잔류 신화를 쓴 뒤 선덜랜드로 금의환향했다.
이제 지난 시즌의 영광을 EPL 무대에서 이어가려 한다. 저마다의 위치는 다르다. 김보경은 프리시즌부터 맹위를 떨치며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예약한 반면 기성용과 지동원은 포지션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
김보경은 프리시즌 5경기서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카디프 공격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영국 유력 현지 언론들도 김보경의 EPL 성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카디프의 핵심 전력으로 꼽고 있다. 김보경은 오는 17일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원정길에 올라 EPL 데뷔전이자 올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EPL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기성용은 올 시즌 장밋빗 미래가 보장된 듯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스완지가 올 여름 중앙 미드필더 자원을 대거 영입한 것. 리버풀에서 뛰던 존 조 셀비를 비롯해 스페인의 호세 카나스와 알레한드로 포수엘로(측면 가능)를 데려왔다. 기존 레온 브리튼과 조나단 데 구스만과 함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2자리를 놓고 각축이 예상된다.
변수도 있다. 공격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기성용에게 때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가 주어질 수도 있다. 다만 스트라이커 윌프레드 보니의 영입으로 미구엘 미추가 2선으로 내려오는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떤 임무를 부여받을지 불확실한 가운데 여러 모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데 구스만이 경미한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한 가운데 기성용은 18일 새벽 1시 반 맨유를 상대로 홈개막전을 벌인다.

지동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겨울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떠나 17경기 5골을 기록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선덜랜드로 복귀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선덜랜드는 올 여름 지동원의 포지션과 중첩되는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미국 A대표팀 스트라이커 조지 알티도어를 비롯해 측면 자원인 엠마누엘레 자케리니(공격형 미드필더 가능)와 데이빗 카를손을 데려왔다. 여기에 좌우측면 공격수인 아담 존슨과 스테판 세세뇽도 건재하다. 스트라이커 대니 그레엄과 아일랜드 윙어 제임스 맥클린이 각각 헐 시티와 위건으로 떠났음에도 박 터지는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동원은 17일 저녁 11시 풀럼과 홈개막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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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위) / 김보경(좌)-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