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래성과 비유될 만큼 허약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철옹성'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탄탄해졌다. 2013년 LG 트윈스 마운드는 확실히 강해졌다. 15일 현재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71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다.
팀내 다승 1위인 우규민을 비롯해 레다메스 리즈, 류제국, 신정락, 신재웅 등 선발진이 탄탄하다. 무엇보다 필승 계투진의 위력은 단연 으뜸. 이동현, 정현욱, 류택현 등 두 자릿수 홀드를 거둔 투수만 3명. 그리고 특급 소방수 봉중근은 이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만 하면 타 구단과 견줘도 뒤질 게 없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만 제 몫을 해준다면 말이다. 그는 LG 마운드의 마지막 퍼즐 조각같은 존재다. 2011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쌍둥이 마운드의 외국인 에이스로 군림했던 그는 올해 들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1군 마운드에 15차례 등판했으나 4승 6패를 거둔 게 전부. 평균자책점은 6.30. 그러다 보니 2군에 강등되는 아픔도 겪었다. 올 시즌 4번씩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주키치는 13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LG 감독은 "2군 코칭스태프의 보고도 좋았다"고 외국인 에이스의 복귀를 기대했다.
37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그는 4⅔이닝 9실점(8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화끈한 공격 지원 덕분에 패전의 위기는 모면했으나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하루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김 감독은 "주키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일정상 주키치가 없어도 이번달 선발진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주키치의 1군 복귀 시점은 언제 일까. 김 감독은 "9월 확대 엔트리 때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 구위를 회복했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 분위기라면 LG의 4강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다. 11년 만에 가을 잔치에 참가하는 LG가 신바람 야구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주키치의 활약이 필요하다. 단기전에서는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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