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불혹을 눈앞에 둔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우완 브랜든 나이트(38)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었다.
나이트는 지난 1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⅔이닝 7피안타 11탈삼진 1사사구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11탈삼진은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완봉이 깨진 것이 아쉬울 만큼 뛰어난 피칭이었다. 팀은 나이트의 호투에 힘입어 바로 아래팀 롯데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나이트는 올 시즌 앞선 롯데전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00으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두 번의 조기 강판으로 위축된 모습이었다. 4일 광주 KIA전에서 2이닝 3실점한 나이트는 3일 뒤인 7일 잠실 두산전에 다시 나서 1⅓이닝 7실점으로 굴욕을 맛봤다.

4일날 3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적게 던졌지만 한국 나이로 39세인 나이트에게 이틀 휴식은 역시 무리였다. 구속도 구위도 올해 모습 중 최악의 피칭이었다. 1⅓이닝은 나이트가 2009년 삼성 소속으로 국내 무대에 선을 보인 뒤 선발로 나서 소화한 최소 이닝이다.
나이트는 이후 팀의 휴식기에 맞춰 일주일을 쉬었다. 일주일 간의 휴식 끝에 나선 나이트는 이날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다양한 변화구 컨트롤이 뛰어났고 특히 우타자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들어갔다. 지난해 16승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던 당시만큼 위력적이었다.
이것은 푹 쉰 것 뿐 아니라 나이트가 휴식기 동안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이트는 이날 경기 후 "쉬는 내내 바깥쪽 제구를 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바깥쪽 제구가 연습한대로 잘 들어갔다. 특히 포수 허도환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말했다. 나이트가 아무리 지난해 같지 않은 성적에 고전해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까닭이다.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나이트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고 말한다. 나이와 체력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나이트는 충분한 휴식을 활용한 연구로 부진에서 탈출했다. 넥센은 중요한 경기를 잡았을 뿐 아니라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트 '활용법'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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