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신인왕 후보가 집안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를 보배처럼 생각하는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난감한 모습이다. 신인왕 레이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는 마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48경기에서 무려 40번이나 이겼다. 후반기 들어서는 26경기 중 23승이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남을 만한 영광의 시기라고 할 만하다. 다저스의 목소리이자 1950년부터 다저스 중계를 하고 있는 빈 스컬리조차 다저스를 ‘마법의 성’으로 칭송하고 있다.
여러 선수들의 합심이 만들어낸 성과지만 다저스의 상승세에는 두 명의 ‘신인 선수’가 차지하는 몫도 적지 않다. 류현진(26)과 야시엘 푸이그(23)가 그 주인공이다. 다저스의 국제 스카우트 시스템을 상징하는 두 선수는 꾸준한 활약상을 바탕으로 투·타의 중심이 됐다. 맷 켐프가 없는 다저스는 현실이지만 이제 이들이 없는 다저스는 생각하기 어렵다.

류현진은 올 시즌 벌써 12승(3패)을 거두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평균자책점 2.91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더불어 팀 내 선발진에서 가장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한창 어려울 때 다저스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류현진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 푸이그는 다저스의 반전을 이끈 주역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5일(한국시간) 현재 6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11홈런, 2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13에 달한다. 다저스의 슈퍼스타 외야수들이 부상에 시달릴 때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바꿔놨다. 스타 기질이 다분한 플레이 모습에도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두 선수는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에 올라있다. 다저스로서는 1996년 토드 홀랜스워스 이후 처음으로 신인왕을 배출할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드라마틱한 팀 성적도 표심을 잡는 데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표가 갈려 팀으로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팅리 감독도 이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모습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15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5-4 역전승을 거둔 뒤 매팅리 감독은 신인왕에 대한 현지 언론의 질문에 대해 “그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 명의 후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법도 하지만 두 명의 후보가 있기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감독으로서는 그저 두 선수의 활약상을 시즌 막판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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