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마크였던 강속구와 탈삼진이 모두 사라졌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는 더 이상 강력한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바티스타는 지난 15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등판, 5이닝 6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막았다. 불펜이 역전을 허용한 바람에 시즌 7승이 날아갔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건 바티스타의 구속이었다. 이날 그의 최고 구속은 146km밖에 되지 않았다. 전혀 바티스타답지 않았다.
5회까지 꾸역꾸역 막아가며 3점을 준 이후 추가 실점이 없었지만 위태위태한 피칭이 계속 됐다. 총 투구수 76개였지만 벤치는 승리 요건이 채워지자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이날 바티스타는 140km 이상 강속구가 25개밖에 없었다. 직구(29개)보다 슬라이더(24개)-체인지업(13개)-커브(10개) 등 변화구를 더 많이 구사했다.

더욱 놀라운 건 5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2011년 시즌 중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바티스타가 삼진을 잡지 못한 건 이날 포함 15경기가 있다. 그러나 2이닝 이상 던지며 탈삼진이 없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특히 지난해 후반기 선발로 전환한 이래 처음으로 무탈삼진 경기를 치렀다. 볼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어려워졌다. 변화구만으로 승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강력한 직구를 기본으로 해왔던 바티스타이기에 단기간 변화구 투수가 되는 건 어렵다.
바티스타의 구속 저하는 지난 6월2일 대전 NC전에서 8이닝 동안 개인 최다 137개 공을 던진 다음 경기부터 불거졌다. 어깨 피로 누적으로 볼 스피드가 떨어지자 스스로 휴식을 자청했다. 그러나 1군 복귀 후 3경기에서도 인상적이지 못했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주 동안 개점 휴업했다.
휴식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 151km 평균 145km로 어느 정도 구속을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구(46개)보다 변화구(48개) 비율이 높았고, 5일 휴식 후 가진 LG전에서는 다시 구속이 저하됐다.
바티스타는 "지난 7년간 풀타임 선발을 하지 않았기에 지치는 건 당연하다. 볼 스피드 저하도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할 것이다. 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지속적으로 강속구를 던지는 데에는 한계가 온 듯하다. 최고 146km 탈삼진 없는 투수 바티스타. 그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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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