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이저리그에는 LA 다저스가 가장 잘 나간다. 미국에 다저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LG 트윈스가 있다. LG는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다. 'L'자로 시작하는 두 팀의 평행이론이다.
두 팀은 닮은 점이 많다. LG는 서울, 다저스는 로스앤젤레스라는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빅마켓 팀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응원하는 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인기팀이다. LG는 1994년, 다저스는 1988년을 끝으로 우승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두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만화같은 대반전으로 미국과 한국 야구팬들을 열광에 빠뜨리고 있다.
▲ 믿기지 않는 대반전 드라마

시즌 전 LG와 다저스는 평가가 달랐다. LG는 4강권 밖으로 전망됐으나 다저스는 우승후보였다. 시즌 전 예상을 떠나 두 팀은 시즌 초반 나란히 맥을 못췄다. LG는 5월28일까지 9개팀 중 7위에 그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승패 마진이 -6까지 떨어졌다. 다저스 역시 7월1일까지 지구 최하위 머물렀고, 승패 마진은 무려 -12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팀 모두 투타 부진이 심각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올해도 역시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랬던 그들이 치고 올라올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다저스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23일 이후 48경기에서 40승8패를 거두며 구단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최고 승률(0.833)을 기록 중이다. LG 역시 5월22일 이후 58경기에서 42승16패로 무려 7할대(0.724) 승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당연히 이 기간 9개팀 최고 승률. 연패를 잊은 지도 오래. 다저스는 58일째, LG는 41일째 연패가 없다. 그 사이 무수한 승을 쌓아 올리고 있다.
▲ 반전의 계기가 된 사건들
두 팀의 상승세에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다저스는 지난 6월12일 지구 1위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서 잭 그레인키를 중심으로 빈볼 시비가 일어 난투극이 벌어졌다. 돈 매팅리 감독과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는 애리조나의 이해할 수 없는 빈볼에 격분하며 선수들과 함께 상대 덕아웃으로 달려가 한바탕 몸싸움했다. 매팅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다칠뻔 했다. 난 그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분노했다. 모래알 같은 팀 케미스트리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사건 이후였다.
LG는 전혀 예상치 못한 플레이로 돌파구를 찾았다. 5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서 1-1 동점이던 6회 베테랑 권용관이 3루에서 야수 선택으로 기록된 홈스틸에 성공, 1위 삼성을 상대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며 반전계기를 마련해다. 이어 6월2일 광주 KIA전에서 포수 문선재, 대주자 임정우 카드를 써가며 0-4로 뒤지던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가 5-4로 역전시켰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을 향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이후 LG는 더 이상 예전 LG가 아니었다.

▲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둔다
다저스의 최고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야수 브랜든 벨트는 "돈으로 케미 스트리를 살 수 없다"고 다저스를 겨냥했다. 지난 겨울 타임워너 케이블과 25년간 총 80억 달러에 TV중계권료 대박을 터뜨린 다저스는 공격적 투자로 선수들을 수집했다. 지난해 시즌 중 데려온 핸리 라미레스, 애드리안 곤살레스, 야시엘 푸이그에 이어 비시즌 거액을 들여 영입한 그레인키와 류현진은 지금 다저스의 중심에 섰다. 역대 최고연봉팀(약 2억2000만 달러)으로 투자를 한 만큼 성과를 얻고 있다.
LG의 성공에도 투자가 있었다. LG는 지난 겨울 FA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내부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일찍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외부 FA 정현욱을 영입했다. 아울러 해외파 류제국과 우여곡절 끝에 입단계약을 성사시켰고, 삼성과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현재윤·손주인을 데려와 전력보강에도 성공했다. 지금 그들은 LG의 주역이 됐다. 여기에 기존의 베테랑들에 김용의·문선재 등 젊은 새얼굴들을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푸이그의 가세 이후로 확 달라진 다저스 타선과 외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 김기태-매팅리 닮은꼴 리더십
순풍에 돛 단듯 항해할 수 있는 데에는 선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김기태 LG 감독과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닮은 구석이 많다. 두 감독 모두 현역 시절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결정력을 갖춘 왼손 강타자로 포지션은 똑같은 1루수였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전력이 약한 팀에서 고독한 중심타자였고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한 비운의 스타였다. 특히 매팅리 감독은 최고 명문 양키스 14년을 뛰고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못 밟았다. 역대 양키스 캡틴 중 유일하게 우승반지가 없다.
하지만 현역 시절부터 두 감독 모두 팀의 주장을 맡으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자랑했고, 감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들이 지휘봉을 잡은 팀은 선수 시절 자신과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김 감독이 전성기를 보낸 쌍방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매팅리 감독은 양키스에서 영구결번된 프랜차이즈 스타였으나 조 토리 감독 이후 후계자 싸움에서 조 지라디 감독에게 밀려 다저스로 넘어와 감독까지 올랐다. 선수들을 믿고 동기부여하는 '형님' 리더십으로 개성 강한 선수단을 하나로 묶으며 각각 19년과 24년간 묵은 우승의 한을 풀 마법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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