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강의 불펜은 '지키는 야구'를 유행시킨 삼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최강 불펜의 주인이 바뀌었다. 누가 뭐래도 2013년 리그 최고의 불펜은 LG다.
LG는 지난 15일 잠실 한화전에서 6-4 재역전승했다. 이날 승리에는 타선의 집중력도 컸지만 불펜의 역할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선발 우규민이 4⅓이닝 4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뒤이어 나온 불펜투수 6명이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두 번째 투수 정현욱은 3-4로 뒤진 5회 1사 2·3루의 부담스런 상황에서 이대수-정범모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현욱을 시작으로 이상열-김선규-류택현-이동현-봉중근까지 6명의 구원투수들이 무실점 합작했다. 김기태 감독도 "투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던져준 게 승리의 발판이 됐다"고 칭찬했다.

올해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3.71) 자리를 놓지 않고있다. 전체 1위의 기록에는 선발-불펜의 조화가 있다. 하지만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불펜의 역할이 조금 더 크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02로 9개팀 중 3위인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3.19로 9개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LG의 3점대 불펜 평균자책점은 9개팀 중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2위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이 4점대(4.06)로 치솟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LG 불펜은 가히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뒷문이 든든하니 뒤집힐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베테랑 정현욱은 45경기 2승4패2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 3.00을 기록 중이다. 7월 한 때 고비가 있었으나 8월 6경기·5⅔이닝 무실점 행진. 이동현은 47경기에서 6승1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LG 불펜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마무리 봉중근도 42경기 7승29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로 구원 공동 1위가 됐다.
필승조 3인방이 전부가 아니다. 베테랑 좌완 듀오 류택현과 이상열도 각각 44경기 14홀드, 49경기 2승9홀드로 힘을 보태고 있다. 사이드암 김선규도 20경기 2승2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점점 위력을 떨치고 있다. 우완·좌완·잠수함의 조화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난해 셋업맨으로 활약한 유원상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그야말로 최강 중의 최강 불펜이다.
중간층이 워낙 두터우니 팀 홀드가 66개로 가장 많다. 동점 및 역전 주자를 둔 상황에서 기록한 터프세이브(6개)·터프홀드(12개)가 가장 많다는 점도 LG 불펜이 타이트한 승부에 강하다는 걸 증명하는 기록이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27.3%로 삼성(25.4%)에 이어 2위. 벤치의 투수교체도 시기 적절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펜의 다양성과 벤치의 적절한 기용이 LG 불펜을 최고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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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이동현-봉중근(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