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공로, SK 상승세 숨은 동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16 10: 33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다. 선수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중 가장 힘든 선수들은 역시 포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무거운 장비를 온몸에 두른 포수들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버티고 있다. SK의 연승에도 조인성(37)과 정상호(31) 두 포수의 희생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SK는 최근 7경기에서 6승1무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지긋지긋했던 7위 자리에서 탈출했다. 공교롭게도 절기상 입추(8월 7일) 이후 6승1무다. 그 중심에 마운드가 있다. 이 기간 중 SK의 평균자책점은 1.64에 불과하다. 선발진은 5차례의 선발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2.21,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0.71이라는 호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 들어 마운드의 힘이 가장 강력한 시기다.
이 성적의 근본적인 힘은 투수들의 분전에서 나온다. 이만수 SK 감독은 불펜 대반전에 대해 “전반기 아픔 속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투수들을 이끄는 포수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명의 베테랑 포수가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쓰며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투수들도 경기 후 포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현재 SK는 대개 외국인 선수가 선발로 출격할 때는 조인성이, 국내 선수들이 출격할 때는 정상호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해 타격에는 다소간 어려움이 있지만 체력적 부담이 심한 시기에 두 선수의 체력 안배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런 로테이션 속에서도 두 선수가 안정감 있게 안방을 지킴으로써 마운드의 기복도 줄어들고 있다. 6연승 기간 중 두 선수가 합작한 도루 저지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사실 이만수 SK 감독은 포수의 볼 배합 자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는 아니다. 이 감독은 “안 맞으면 포수 공이고, 맞으면 포수 탓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 맞은 공을 보면 거의 100%가 투수의 실투다”라고 주장한다. 다만 “조인성 정상호가 투수들을 안전하게 잘 이끌어준다”며 두 선수의 공을 인정했다. 투수들과의 밀고 당기기에 능하고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이 능하다는 칭찬이다.
이처럼 두 선수의 중요성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원이 올 시즌은 사실상 지명타자로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두 선수 중 하나라도 슬럼프에 시달릴 경우 SK의 포수 구상은 꼬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서로 장·단점이 있는 두 선수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SK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빛이 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선수가 있어야 팀이 돌아간다. SK는 두 선수에게 그런 몫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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