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식 회유와 자폭, 여전히 통한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16 09: 51

방송인 강호동이 ‘국민MC’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특유의 힘이 넘치는 진행에서 오는 건강한 웃음일 게다. 때로는 협박에 가까운 회유를 하고, 스스로 먹잇감이 돼서 자폭을 하는 강호동만의 웃음 형성 과정은 끊임 없이 제기되는 위기론에서도 흔들림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강호동의 힘이 넘치는 몰아세우기가 가장 빛을 발했던 MBC 토크쇼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견디지 못하고 오는 22일 폐지된다. 7년여간 안방극장을 찾았던 이 토크쇼의 폐지는 노후화된 구성에서 비롯됐다. 스타들의 이야기에 기울여야 하는 토크쇼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수그러든 것도 한몫을 했다. 항간에서 나오는 방송인 강호동의 위기론과는 거리가 먼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강호동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낮아 그의 파괴력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이 동시간대 1위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놀라운 대회 스타킹’, ‘무릎팍도사’까지 모두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의 활력 넘치는 진행은 여전하다. ‘무릎팍도사’만 봐도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의 재혼 계획을 묻는 과정에서 회유를 하고, 자신은 인상도 깔끔하지 못한데 더럽기까지 하다며 자폭성 개그를 하며 야심한 밤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스포츠 도전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는 후배들을 독려하다가도 때론 강하게 채찍질을 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올리는데 가장 높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맨발의 친구들’에서 다이빙에 도전할 때도 자신의 부진에 대한 돌직구성 질문을 오히려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다. 그가 다른 멤버들의 놀림에 당황하기도 하고 주눅 든 대목은 언제나 즐거움을 안긴다.
강호동은 지난 14일 최근 자신을 둘러싼 위기론과 부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동네 예체능’ 현장공개에서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라면서 “리드하기도 하고, 쳐지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느리지만 몸 사리지 않는 정신으로 낯선 방송 현장에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우회적으로 심경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방송인에게 있어서 흐름은 중요하다. 한때 시들시들하다고 여겨졌던 방송인 신동엽은 주무기인 ‘19금 개그’와 콩트 연기로 지난 해부터 다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서경석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쏟아지는 중이다. MBC에서 퇴사한 전 아나운서 김성주는 한때 퇴출 위기까지 몰렸었지만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와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PD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일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김성주 씨와 서경석 씨가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두 사람은 그동안 꾸준히 같은 방식으로 진행을 하거나 웃음과 재미를 안겼다”면서 “다만 방송 흐름과 프로그램 구성이 두 사람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PD의 말대로 강호동이 현재 하락세인 것처럼 오인받는 것은 방송 흐름과 그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가 지금 당장은 부진에 빠진 것처럼 보여도 방송인으로서 위기는 아니라는 의미다. 단언컨대, 강호동의 회유와 자폭, 그리고 밀어붙이는 개그는 여전히 안방극장에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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