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느냐”의 단계는 이미 지나쳤다. 이제는 “LG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 화두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호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를 완벽하게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15일 현재 57승37패(승률 .606)를 기록해 선두 삼성(55승35패2무, .611)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4위 넥센(49승41패2무, .544)과의 승차는 어느새 6경기까지 벌어졌다. 현재의 승차, 그리고 최근의 기세 등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2002년 이후 첫 가을잔치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전반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팬들을 흥분시켰던 LG는 후반기에도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LG는 후반기 들어 12승6패(.667)를 기록하며 후반기 1위를 달리고 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3.91)이 다소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후반기 리그 3위에 해당되는 성적이고 타선 또한 팀 타율 3할1푼1리(리그 3위)의 고감도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등 내용 측면에서도 확 달라진 LG를 실감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시리즈 직행이 가능하느냐에 관심이 몰린다. LG가 삼성보다 2경기를 더 치르긴 했지만 아직 맞대결이 남아 있고 승차가 없다. 사실상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시각이다. 그리고 LG도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하위권 팀에 절대적으로 강했던 지금까지의 면모다. 그간 정규시즌 1위 팀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그 느낌을 올 시즌 LG에서도 느낄 수 있다.
LG는 15일 현재 5위인 롯데에 8승5패를 거둔 것을 비롯, 6위 SK(7승2패), 7위 KIA(7승5패), 8위 NC(8승5패), 9위 한화(9승1패)와의 상대전적에서 모두 앞선다. 5개 팀과의 종합 전적은 무려 39승18패(.684)다. 39승16패1무를 기록 중인 삼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1위 팀을 상대로 이기든 9위 팀을 상대로 이기든 똑같은 1승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삼성과 한 판 승부를 벌여볼 만한 여건이 된다는 의미다.
자신감도 있다.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질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덕아웃을 감싸고 있다. 설사 지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15일 잠실 한화전이 그런 경우였다. 실책이 빌미가 돼 경기가 뒤집혔지만 LG는 불펜 조기 투입이라는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졌다. “버티면 이긴다”라는 믿음이 그 근거였다. 결국 LG는 경기 후반 뒤집기에 성공하며 또 1승을 챙겼다.
실제 최근 한국시리즈 직행 팀들은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탈탈 털어내며 편한 시즌 구상을 만들어내곤 했다. 2010년 SK는 LG(14승4패1무)와 KIA(14승5패)라는 확실한 1승 상대가 있었다. 당시 2위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는 10승9패로 엇비슷했지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넥센에 13승, LG에 14승, 한화에 13승을 따내며 전체 승수(80승)의 절반을 세 팀으로부터 거둬들였다. 올해 LG도 이런 면모가 보인다. 한국시리즈 직행이 꿈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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