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조동찬의 부상으로 기로에 선 ‘가문의 기록’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8.16 11: 50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1년 9월 20일. 롯데와의 경기(사직구장)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던 조동화(SK)는 1회 말 이대호(롯데)의 중견수쪽 플라이타구를 쫓는 과정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발이 잔디에 박혀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측면 인대를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고 시즌을 접어야 했다.
 
그 부상으로 조동화는 이듬해인 2012년 9월초까지 약 1년간 부상치료와 지루한 재활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고, 소속 팀 SK가 2011~2012년 연속으로 파이널 무대인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그는 전력 외의 신분으로 경기장 밖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눈으로 지켜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2013년 8월 13일, 형 조동화가 겪었던 불행은 이번에는 동생인 조동찬(삼성)에게 날아들고 말았다. LG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3루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던 조동찬은 3루수의 악송구를 막아내려던 1루수 문선재(LG)와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고, 결국 무릎 인대손상과 부분 골절로 인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아 들었다. 그것도 형이 다쳤던 곳과 똑같은 부위인 왼 무릎을.
 
불행 중 다행히도 무릎부위의 전, 후방 십자인대 손상은 피한 것으로 알려져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깁스를 풀고 물리치료와 재활을 거쳐 운동이 가능한 몸으로 추스리기까지 통상 필요한 시간은 그 몇 배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조동찬의 포스트시즌 출장도 지금으로선 장담이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더욱이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신분이었던 만큼 조동찬의 불행은 삼성의 전력약화와 더불어 개인적, 시기적으로도 상당히 안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동찬은 현재 연간 145일 이상으로 되어 있는 1군 엔트리 기준 등록일수에 불과 23일 모자란 상태로 이대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9년을 채우지 못해 FA자격 취득을 1년 뒤로 미뤄야 한다.
 
형제가 좋은 일만 닮아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2년 안쪽으로 경기장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다 연이어 큰 부상으로 이어지고만 조동화,동찬 형제의 현실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다.
 
지난 2005년 8월 27일 SK와 삼성의 문학경기에서 1회말 형 조동화(SK)가 먼저 견제사를 당하자마자 돌아선 2회 초, 이에 질세라(?) 이번에는 동생 조동찬(삼성)이 역시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며 한 경기에서 형제가 나란히 견제사로 아웃되는 희귀한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두 형제.
 
그런데 이들 형제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가문으로 묶어 들여다보자면, 이번 조동찬의 부상소식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가십성 장외 연속기록이 ‘중단’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눈길을 모은다.
 
지금까지 조동화, 동찬 형제가 각각의 소속으로 가져간 우승반지 수는 모두 8개. SK 조동화가 3개(2007, 2008, 2010년), 삼성의 조동찬이 5개(2002, 2005, 2006, 2011, 2012년)다.
 
또한 우승을 떠나 한국시리즈 진출수로 범위를 넓히면 조동화, 동찬 형제의 시리즈 진출 수는 모두 11번으로 늘어난다. 조동화가 4번(2007~2010년), 조동찬이 7번(2002, 2004~2006, 2010~2012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두 형제를 한 가문으로 묶어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수를 따져보면 무려 ‘9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2012)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속으로 두 선수 중 한 명은 반드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는 얘기다.
 
올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신바람 야구를 재현해내고 있는 LG가 2003년 이후 2012년까지 장장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연속 실패했다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들 형제선수가 일군 가문의 업적은 실로 무지막지한 기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이룬 SK가 올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조동화의 한국시리즈 입성은 상대적으로 요원한 일이 되었지만, 리그 1위 팀 삼성 소속의 조동찬은 10년 연속 가문을 한국시리즈 무대에 알리기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염려했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부상의 정도가 덜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단 시일 내 회복이 불가능한 중상임을 고려할 때 조동찬이 약 2개월 뒤에 열릴 예정인 한국시리즈 출장선수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소속 팀 삼성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는 전제가 우선 충족되었을 때의 얘기다)
 
아울러 10년 연속을 바라보던 조씨 형제 가문의 한국시리즈 진출 연속기록도 중단될 기로에 서게 되었다.
 
2001년과 2002년, 1년 차이로 프로에 나란히 뛰어든 조동화, 동찬 형제. 입단 초기의 성적과 울림은 미미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화려함보다는 성실한 야구로 그들만의 색깔을 입히고 꾸며왔던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 형제 선수들이다. 형의 파울 플라이 타구를 백 네트까지 쫓아가 잡아내고, 동생의 장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낚아채는 모습에 야구팬들은 그간 뜨거운 박수를 보내왔다.
 
2년 전 조동화가 선수생명까지 언급되던 큰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 위를 질주하고 있는 모습에서 보듯, 그간 형이 걸어왔던 길을 똑같이 밟아왔던 동생이었기에 조동찬 역시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에 다시 서게 될 날을 팬들은 믿음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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