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이중근 회장 출판사 ‘우정문고’ 설립...‘6.25전쟁 1129일’ 출간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8.16 15: 00

주택건설 전문 기업 (주)부영그룹이 출판사업에 뛰어든다. 그런데 여느 기업처럼 돈을 좇아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출판업을 추가했다.
출판사 설립과 함께 세 권의 책도 냈다. 부영그룹의 근간을 이룬 건설 기업주 답게 주거문화 관련 전문서적 2종과 주택건설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6.25전쟁 역사서 1종이 부영그룹 출판사 ‘우정문고’의 첫 출판물이다. 
‘우정(宇庭)문고’라는 이름을 보면 부영그룹이 출판업을 시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정(宇庭)’은 이중근 회장의 아호이자 이 회장이 펼쳐온 사회공헌 교육사업에 공통적으로 붙는 이름이다. 이 회장은 각급 학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를 지어주는 사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이 기숙사를 공통적으로 ‘우정(宇庭)학사’라 불렀다. 

부영그룹이 출판사를 차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출판업계가 만성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돈이 되지 않는 책’은 출간을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가뜩이나 위축 된 인문학이 경제발전 속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돈이 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책이 있기 마련이다.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부영그룹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이중근 회장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성숙한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신념을 밝혔다.
첫 출판물로 6.25 역사서를 선택한 배경도 여기서 설명 된다. 이 회장이 편저자로 참여한 ‘6.25전쟁 1129일’은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까지 1129일간의 일들을 편년체로 기록했다.
마치 일기를 써내려가듯 날짜를 양/음력으로 병기했고, 요일과 날씨까지 적었다. 전쟁의 전황과 국내 정치 상황, 아시아 아메리카 동유럽 같은 국제 정세 등을 조목조목 정리했을 뿐더러 군데군데 전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사진들도 삽입 돼 당시 사회상을 생생한 화보로 엿볼 수 있게 했다.
평생을 주택 건설에 투신해 온 이 회장은 왜 6.25전쟁 역사서를 썼을까?
“세상이 진보다 보수다 하면서 또다시 이념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이 보기 안타까웠다. 이 모든 것이 세대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또 우리 사회도 그렇고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의사 전달이 중요한데 우리는 그 동안 ‘정확한 의사전달’을 가볍게 여긴 측면이 있다. 소모적인 이념 논쟁도 정확한 사실 전달이 이뤄진다면 혼란이 사라질 것이다.”
주택건설에 한평생을 바친 기업가다운 철학이 엿보인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집을 지으면 머지않아 ‘사상누각’이 될 것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정확한 사실을 통해 소모적인 논란을 정리하고자 하는 현실주의적 사고가 배어 있다.
2년 3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6.25전쟁 1129일’을 펴낸 이중근 회장은 앞으로의 출판사업 계획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의사전달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정확한 의사 전달을 통한 올바른 의사 결정, 이런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우선적으로 발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25전쟁 1129일’과 더불어 나온 두 권의 전문서적은 ‘임대주택정책론’과 ‘한국주거문화사’다. ‘임대주택정책론’은 이중근 회장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작업을 거쳐 책으로 펴낸 것이고 ‘한국주거문화사’는 시대 및 지역별로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를 분석한 책으로 개정 증보판으로 나왔다.
전공 분야로 돌아가 한국 주거문화의 향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우리나라는 임대 비율이 10.7% 정도 인데 유럽쪽에서는 30~40%에 이른다. 한때 집이란 것이 사서 비싸게 되팔기 위한 재테크 수단이 됐던 적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 주택도 살기 위해 사는 주거문화가 됐다. 거주 목적이라는 본래의 목적대로 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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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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