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고 나서 곧바로 교체해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직 어린 선수라 마음이 여리다”.
1루에서의 크로스 플레이로 인해 부딪힌 주자가 부상을 입은 후 의기소침한 선수에게 일부러 다치게 하기 위한 플레이가 아니었던 만큼 다시 힘을 내주길 바랐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은 올 시즌 팀의 돌풍에 힘을 보탰던 문선재(23)에게 말 대신 배려로 기를 불어 넣어주고자 했다.
김 감독은 16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문선재의 티배팅을 바라보았다. 올 시즌 문선재는 68경기 2할7푼8리 3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LG의 도약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서 1루 송구를 잡다가 타자주자 조동찬과 충돌하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포구에 집중하다 본의 아니게 조동찬의 진로가 막히면서 부딪혀 조동찬의 무릎이 꺾이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된 것. 조동찬은 왼 무릎 골절상을 입으며 6주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십자 인대 부위를 다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가볍지 않은 부상이다.
경기 후 문선재는 조동찬에게 거듭 사과했고 조동찬은 “본의가 아니었으니 괜찮다”라며 문선재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착한 마음씨를 비췄다. 그러나 14일 삼성전서 대타로 출장하며 삼성 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들어야 했고 이후 계속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문선재다. 15일 한화전서는 5회 1루수로 나섰다가 홈 악송구로 인해 역전 빌미를 내주기도 했다.
“부딪히고 나서 곧바로 교체를 해줬으면 선재가 그래도 덜 마음 아파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 지금 저 녀석한테 무엇을 더 이야기하겠는가. 이미 선배들과 코치들이 이야기를 했을 텐데 내가 또 이야기를 하면 더 마음을 다칠 수도 있다.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선배가 다쳐서 자기도 많이 위축되어 있다. 기죽은 모습으로 일관하지 말고 힘을 냈으면 한다”.
이종범 한화 코치도 훈련을 마치고 LG 라커룸을 향하는 문선재를 마주치자 “네가 동찬이를 다치게 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지 않냐. 너무 기죽지 말고 힘내라”라며 다독였다. 타 팀 선배의 쾌유를 비는 마음과 함께 프로 선수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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