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굳이 안 하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데뷔 팀인 데다 방출되기도 했으니”.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내뿜지 못하고 방출의 칼을 맞은 뒤 고향 연고팀 유니폼을 입고 친정 킬러가 되었다.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상으로 올 시즌 팀의 비타민이 되던 베테랑. 그러나 더 열심히 해보려던 그에게 신은 부상이라는 불운을 주고 말았다. ‘추추 트랙터’ 추승우(34, 한화 이글스)가 친정 LG 트윈스전서 맹활약을 펼치다 불의의 골절상을 입고 사실상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추승우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원정경기에 7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2-1로 리드한 7회초 1사 1루에서 엄태용의 좌중간 안타 때 1루에서 2루를 지나 3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넘어졌다. 베이스를 밟고 턴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고 이후 달려가던 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몇 걸음 더 이동한 뒤 누상에 쓰러지고 말았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추승우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나가 앰뷸런스에 후송됐다. 안타깝게도 추승우의 부상은 단순한 타박상 정도가 아닌 골절상. 구단 관계자는 “우측 중족골 첫 번째 부위가 골절되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올 시즌 다시 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선수의 부상이라는 점은 더욱 안타까웠다.
청주기공-성균관대를 거쳐 지난 2002년 LG에 입단한 추승우는 빠른 발과 컨택 능력을 갖춘 내야수로 팀 내 기대를 모았으나 수비 불안으로 인해 중용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07시즌 후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된 뒤 2008년 고향 연고팀인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해 추승우는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기는 했으나 119경기에 출장해 2할4푼5리 20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자신도 풀타임리거로 뛸 만한 재능을 지녔음을 알렸다.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추승우는 덕 클락과 함께 한화 공격을 이끌던 타자였다.
이후 수 년 간 확실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지난해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추승우. 그러나 올 시즌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김응룡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아 중용되었다. 전날(15일)까지 추승우의 시즌 성적은 71경기 2할9푼7리 1홈런 17타점 12도루로 준수했다.
특히 추승우는 친정팀 LG에 강했다. 올 시즌 추승우의 LG전 성적은 24경기 4할9리(22타수 9안타)로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이전에도 추승우는 LG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심심치 않게 장타도 때려냈으며 올 시즌 중에는 홈런성 타구를 아웃처리하는 메이저리그급 수비까지 선보였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신시내티)를 본 딴 ‘추추 트랙터’라는 애칭이 팬들에게 급속 확산된 시기였다.
16일 활약도 좋았다. 추승우는 3회초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치고나간 뒤 고동진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5회말 수비에서는 박용택의 잘 맞은 타구를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원바운드로 다이빙캐치, 직접 1루 베이스를 밟고 아웃시키는 호수비로 유창식을 도왔다. 그만큼 추승우의 부상은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게도 뼈아팠다.
구단 관계자는 “추승우의 치료 기간은 수술 당일날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성실한 자세로 2군에서 신임을 얻고 다시 선수로서 기회를 잡아 다시 기량을 꽃 피우는 베테랑의 갑작스러운 부상. 프런트는 물론이고 팬들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팀은 2-1 신승을 거뒀고 추승우의 수훈도 컸건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함께 서서 하이파이브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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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