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현란했던 7회 투수교체, 고도의 수싸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16 22: 06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는 좌투수가 더 유리하다.' 이 말은 야구에 있어서 진리와도 같이 신봉되어 왔다. 좌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생소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생긴 중간투수 보직이 바로 '원포인트 릴리프'다.
이들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좌타자 한 두명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당연히 우타자보다 좌타자들에 더 강한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좌완 강영식(32)은 좌타자보다 우타자에 강한 유형의 투수다.
16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펼쳐졌다. 롯데는 4-2로 앞선 7회 유먼을 내리고 마운드에 이명우를 올렸다. 이명우는 첫 타자 문우람을 땅볼 처리했다. 이어지는 타석은 이택근, 그러자 롯데 벤치는 이명우를 내리고 곧바로 정대현을 투입했다. 우타자가 나오니 우투수를 낸다는 공식에 그대로 따른 교체였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좌-우타자에 맞춰 투수교체를 한다. 대개 좌타자에 좌완투수, 우타자에 우완투수를 붙인다. 문제는 이러한 투수교체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01(15일 현재)로 전체 3위지만 블론세이브는 19번으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정대현은 8월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허용했고, 최근 2경기 연속 실점을 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첫 타자 이택근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쉽게 넘기나 싶었지만 박병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강정호에게는 사직구장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두들겨 맞았다. 이어 정대현은 김민성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자 넥센 벤치에서는 정대현을 겨냥, 좌타자 장기영을 냈다.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롯데는 좌투수 강영식을 냈고, 넥센은 기다렸다는 듯 우타자 오윤을 대타로 내보냈다. 어차피 정대현이 마운드를 내려갈 상황에서 넥센 벤치는 야수 한 명을 쓰고 '우타자 vs 좌투수'라는 원했던 그림을 만들어냈다.
사실 공격하는 쪽에서 자주 이용하는 대타 카드다. 이른바 '위장 대타'를 내고, 거기에 맞춰 상대방이 투수를 교체하면 다시 대타를 내는 방법이다.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야구는 확률 싸움, 조금이라도 높은 확률쪽에 거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기록이 있었다. 강영식의 커리어 통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4푼6리,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3푼5리로 오히려 우타자에 더 강한 투수다. 여기에 대해 강영식은 "긴 시간동안 주로 좌타자들을 상대로 등판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좌타자들이 내 공에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좌완투수의 가장 큰 이점인 '낯섦'을 잃어버린 셈이다.
강영식은 오윤을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틀어막았다. 강영식의 호투로 한 점을 지켜낸 롯데는 7회 대거 5득점을 올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번주 롯데는 두산전에서 같은 방법으로 당했던 기억이 있다. 14일 잠실 두산전 7회 롯데 마운드에는 이명우가 있었다. 1사 2,3루에서 두산은 좌타자 정수빈 대신 최재훈을 대타로 냈고 롯데는 정대현을 올렸다. 그러자 다시 두산은 좌타자 오재일을 투입했는데 오재일은 볼넷을 얻어내 만루를 채웠고 민병헌이 2타점 2루타를 쳤다.
자주 쓰이는 작전이라면 롯데 쪽에서 일부러 우타자에 강한 강영식을 투입해 상대 우타자를 유인한 것이었을까. 야구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 롯데 벤치의 의중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강영식을 믿고 오윤과 상대한 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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